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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 리모델링] 26살 동갑내기 커플 결혼비용&전세마련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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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정보통신(IT) 관련업체에 근무하는 李모(26.여)씨는 오는 10월께 동갑내기 남자친구와 결혼할 예정이다. 李씨와 남자친구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없이 스스로 결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착실히 저축을 해왔다.

월급을 타서 꼬박꼬박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만큼 효심깊은 李씨는 결혼 전에 부모님의 대출금을 다 갚아드리고 싶다는 희망까지 갖고 있다. 李씨의 희망처럼 그간 모은 돈으로 부모님의 빚을 갚고 결혼자금을 댈 수 있을지, 결혼 후엔 언제쯤 전세를 벗어나 집을 마련할 수 있을지 따져보자.

◆결혼 비용을 다소 줄이자=李씨와 남자친구는 현재 결혼 비용으로 각각 3천5백만원과 1천만원을, 신혼집을 얻기 위한 전세자금으로 7천만원 정도를 예상하고 있다.

李씨는 오는 7월과 10월에 만기가 되는 일반적금 및 근로자우대저축의 원리금을 합하면 4천7백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다(주택청약예금은 향후 내집 마련에 쓰기 위해 그대로 유지하자). 이 돈으로 부모님이 집을 사며 얻은 주택담보 대출금 1천6백만원을 갚고 본인의 결혼 비용 3천5백만원을 대야 한다. 그러자면 4백만원 정도가 부족하다.

부족자금을 마련할 방법은 대출밖에 없다. 하지만 李씨가 직장인 신용대출을 받자면 신용등급이 최상급이라 하더라도 최저 금리가 연 9.5~9.75%는 되는데 부모님이 아파트 담보대출로 물고 있는 금리는 6.5% 밖에 되지 않는다.

李씨의 효심은 갸륵하지만 굳이 더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 부모님의 빚을 갚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따라서 대출을 얻기보다는 최근 여성의 평균 결혼비용인 2천5백만원(모 리서치 회사의 조사자료)보다 다소 높게 책정된 결혼 비용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자금 부족분은 근로자 주택전세자금 대출을 이용하라=두 사람이 전세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돈은 남자친구가 10월에 찾을 저축액 4천3백만원에서 남자친구 몫의 결혼 비용 1천만원을 뺀 3천3백만원과 李씨가 회사에서 무이자로 빌릴 수 있는 전세자금 2천만원이 전부다. 李씨네가 예상하고 있는 전세금 7천만원을 맞추자면 1천7백만원을 추가로 대출받아야 한다.

李씨네와 같은 직장인 예비부부에게 가장 적합한 전세자금 대출로는 '근로자 주택전세자금대출'이 있다. 이 대출은 연간 급여(상여금 제외)가 3천만원 이내인 근로자 중 대출 신청일 현재 6개월 이상 무주택자인 세대주가 국민주택 규모(전용면적 25.7평 이하)의 집을 전세로 얻을 경우 쓸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의 70% 범위 내에서 최고 6천만원까지 연 6.5%(올해 중 0.5%포인트 인하 예정)로 대출해준다. 세대주여야 대출 자격이 있지만 신청일 이후 한 달 내에 결혼할 예정이라면 가능하다. 따라서 그 전에 대출 신청을 해야 한다면 혼인신고를 미리 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대출은 국민주택기금에서 국민.우리은행과 농협을 통해 빌려주는데 최초 계약기간을 2년으로 하되 총 6년까지 이용할 수 있으며 여윳돈이 생겨 중도에 상환해도 조기 상환수수료를 물리지 않는다. 단 주택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므로 0.7%의 보증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

◆1년 안에 전세대출금 갚고 목돈 모아나가라=결혼 후 李씨네의 시급한 재무목표는 전세자금 대출을 갚아나가는 것이다.

우선 회사에서 무이자로 빌린 2천만원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7년간 매달 23만8천원씩 원금을 갚아나가면 된다. 어차피 이자가 없으므로 장기에 걸쳐 나눠 갚아도 상관이 없다.

반면 근로자 전세자금 대출은 최장 6년간 이자만 부담하다가 만기 때 원금을 한꺼번에 갚아도 되지만 이 대출의 금리가 아무리 낮다 해도(연 6.5%) 가장 높은 적금 금리(상호저축은행에서 세금우대로 가입시 세후 연 5.8% 정도)보다는 높기 때문에 매달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조기 상환하는 편이 낫다.

따라서 결혼 후 매달 저축 가능한 금액 1백40만원(현재 두사람의 월 저축액 1백50만원에서 근로자전세자금 대출이자 10만원을 차감)으로 갚아나가면 전세자금 대출금 1천7백만원을 1년만에 모두 상환할 수 있다(1백40만원×12개월=1천6백80만원). 그러면 결혼 2년차부터는 대출금 이자로 내던 10만원과 여윳돈 1백40만원에서 무이자로 빌린 회사대출금 분할상환액 23만8천원을 뺀 1백26만2천원을 저축할 수 있게 된다.

李씨가 대학 등록금을 위해 받았던 융자금은 앞으로 2년 후부터 상환하면 되는데 상환액이 분기당 96만4천원(월 32만1천원) 정도이므로 2년 후 李씨네의 급여 인상액으로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목돈을 효과적으로 모아갈 방법을 살펴보면 안정적인 세금우대 적금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현재 은행권의 우대적금 금리는 3년제가 연 4.8~5.6%인데 재무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엔 약 6.5% 정도의 금리를 지급한다. 상호저축은행의 경우에도 1인당 5천만원(원리금 합계)까지는 만일의 경우 예금보호가 되기 때문에 이 범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들도록 하자.

또 다른 방법은 적립식 펀드를 이용하는 것이다. 예금 금리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일부는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상품을 활용해야 적절한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李씨네는 매달 여윳돈 중 80만원은 우량한 상호저축은행의 세금우대 적금에 가입하고, 나머지 46만2천원은 은행 및 투신권에서 파는 적립식 펀드에 넣는 분산투자 전략을 택하길 권한다.

결혼 후 1년간 빚을 갚고 나머지 4년간 이렇게 돈을 모아나갈 경우 李씨네는 1억4천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전세보증금 7천만원-회사대출금 미상환잔액 8백60만원+주택청약예금 및 부금 7백62만원+적금 및 적립식 펀드 불입액 7천56만원).

결혼 후 5년부터 내 집 마련 작전 개시=대부분의 신혼부부는 전셋집을 구하면서 완벽한 조건을 꿈꾸지만 실제론 가진 돈이 적기 때문에 현실과 타협할 수밖에 없다.

李씨의 경우 본인과 남자친구의 직장이 각기 강남과 서울역이라 두 사람이 모두 출.퇴근하기 좋은 지역에 전셋집을 마련하고 싶어한다. 전세금 7천만원으로 중간 지점쯤에 있는 아파트를 찾아보면 ▶관악구 신림동 신안아파트 20평형▶용산구 한남동 한남시범아파트 18평형▶영등포구 당산동 대우메종리브르 14평형 등이 있다.

이들 아파트는 지은 지 오래됐고, 그나마 전세 물건도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李씨가 아파트만 고집한다면 전셋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아파트만을 고집하거나, 싸고 깨끗한 집에 입주해야 한다는 환상을 버리라고 조언하고 싶다.

李씨는 또 결혼 후 3년 내에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희망을 밝혔으나 예비부부의 재무상태와 저축 가능액으로 미뤄 최소한 5년 후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 결혼 후 남자쪽 보험 보장금액 늘려라=李씨와 남자친구는 각각 종신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월 보험료가 수입의 5~6%이고, 질병 또는 재해로 사망하거나 1급 장해를 입을 경우 7천만원 정도의 보장을 받을 수 있어 현재로선 적정해 보인다.

그러나 결혼 이후엔 자녀 교육비나 가족의 생활비를 고려해 현재보다 남자쪽의 보장금액을 다소 늘려야 한다. 평생 사망 또는 1급 장해시 5천만원을 지급하고, 은퇴 전에 사망시엔 5천만원을 추가로 지급하는 정기특약을 추가해 종신보험을 하나 더 가입한다면 월 7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면 된다.

정리=신예리 기자

<이번주 자문단>
김인응 우리은행 재테크 팀장, 조성환 외환은행 PB팀 차장, 김우희 justR 상무, 남정현 푸르덴셜생명 세종지점 부지점장(사진 왼쪽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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