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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한 실종』의 이청준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우리 문학도 세계와 인간을 바라보는 친선이 크게 넓어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의 삶이 보다 더 넓은 자유 속으로 나갈 수 있게끔 더 많은 문들이 마련되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이청준씨(37)의 현대한국문단에 대한 진단이다. 이씨가 금년에 발표한 7편의 중·단편 가운데 『황홀한 실종』 『자서전들 쓰십시다』의 중편 2편이 대표적 문제작으로 꼽혔지만 정작 그의 작가적 재능을 재확인시킨 작품은 작년에 발표, 금년에 단행본으로 출간한 장편『당신들의 천국』이었다. 정명환 김윤식씨 등 평론가들은 이 작품을 가리켜 「카뮈」의 『페스트』에 비견되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던 것이다.
이씨는 65년 「사상계」를 통해 「데뷔」한 후 그 이듬해인 66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역량을 인정받았다. 그의 작품세계는 주로 생활과 예술, 혹은 이상과 현실사이의 갈등과 고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진실을 추적하는 솜씨가 집요한 작가로서 독특한 자리를 굳혀왔다.
『우리의 삶과 세계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발견함으로써 나 자신과 인간의 삶의 의미를 동시에 파악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자신의 작가적 자세를 이같이 설명한 이씨는 그러나『관념적인 작가』라는 일부 비판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조그마한 과제라고 말한다.
『황홀한 실종』은 병자가 아니면서도 아내와 친구와 의사로부터 병자 취급을 당해 병원에 입원한 주인공이 병원에서 뛰쳐나와 방황하다가 스스로 동물원의 사자우리로 들어가 세상을 바라본다는 이야기.
『말하자면 욕망의 전도, 안과 밖의 전도를 보이려고 한 작품이지요. 현실 속 인간의 내면의식세계를 비밀스럽게 추적하고자 했어요.』
이씨는 『황홀한 실종』의 작의를 이렇게 설명하고 『사람이 스스로의 삶을 자유롭고 행복하게 감당할 수 있도록 희망과 용기를 주는 작품이야말로 바람직한 문학이며 그러한 문학을 위해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규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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