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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안 맡고 결재 안 하고 … 유병언 17년 '유령 경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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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 검찰의 세월호 침몰 수사가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로 확대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초구 염곡동 유 전 회장 자택. [뉴스1]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이 1997년 부도로 경영에서 손을 뗀 이후 전혀 흔적을 남기지 않는 ‘그림자 경영’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신도이자 세모그룹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던 A씨 등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부도난 97년 8월 이후 유씨는 법인의 대표이사를 맡거나 어떤 서류에도 서명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기 위해 유령같이 살아온 것”이라며 “22일 검찰 조사에서도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말대로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에 유 전 회장 명의의 주식이나 부동산 등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유씨는 기업인, 유기농 전문가, 발명가, 사진작가 등으로 신분을 바꾸면서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로 기업을 확장시켰는데 이들의 지배구조가 독특하다. 두 아들인 유대균(44)·혁기(42)씨가 아이원아이홀딩스·다판다·트라이곤코리아 등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대개 40% 안팎이다. 나머지는 제3자가 대주주이거나 계열사 간 출자 방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는 일부 주주는 구원파 신도로 사실상 유 전 회장 일가의 주식을 차명 관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진이 교차하기도 하는데 ㈜세모 감사는 김한식(72) 청해진해운 대표로 돼 있다. 종교 연구가인 정동섭 전 침례신학대 교수는 “유씨는 신도들에게 주식을 사는 형식으로 헌금을 유도했다”며 “그래서 복잡한 지분 관계가 만들어진 듯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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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를 대신해 고모(66) ㈜세모 대표와 김모(55·여) 한국제약 대표 등이 자산 관리를 총괄했다는 게 A씨 등의 진술이다. 유씨의 근거지인 경기도 안성 금수원 등에서 거주했던 B씨는 “특히 고씨는 40년 넘게 유씨와 함께한 ‘충성파’로 계열기업과 부동산 등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씨는 70년대 이후 유씨가 경영하던 삼우트레이딩에 포장지를 공급하던 삼우상사 대표, 건강보조식품 업체인 ㈜세모 상무 등을 지냈다. B씨는 “(고씨는) 주로 회계·총무 일을 맡으면서 자금줄을 꿰고 있다”고 했다.

 약대 출신으로 알려진 김씨는 유씨 일가와 관계된 한국제약 대표를 맡고 있다. 한국제약은 스쿠알렌·화장품을 만들어 다판다·㈜다정한친구들 등에 공급하는 업체다. 그는 이 회사 주식 68%와 아이원아이홀딩스 주식 6.29% 등을 갖고 있다. 그는 공공기관 등을 통해 회사를 홍보하고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하는 등 최근까지 활발한 대외 활동을 해왔다. B씨는 “유씨가 유기농 농법과 바이오·친환경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김 대표가 이를 총괄하는 인물”이라고 전했다.

 한편 유씨의 두 딸인 유섬나(48)·상나(46)씨는 서울 강남에서 모래알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난해 유씨의 사진전을 기획했다. 두 사람은 아이원아이홀딩스 지분을 2.57%씩 갖고 있다. 유씨 일가는 계열사를 통해 지금까지 거액의 현금 배당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청해진해운 등 관련 회사들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아이원아이홀딩스에 18억원을 현금 배당했다. 이 중 절반이 유씨 자녀들에게 흘러 들어갔다. 다판다의 대주주인 유씨 일가는 2003년부터 2008년까지 15억5000만원을 배당받았다. 유 회장의 측근으로 구원파에서 활동했던 C씨는 “유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는 사실상 비자금을 만들기 위한 창구였다”며 “동일본 대지진 때는 신도 한 명당 700만원 정도의 헌금을 받았고 자신이 찍은 사진을 수백만원에 팔기도 했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집현전의 조기연 변호사는 “지분 관계로만 보면 유씨에게 세월호 배상 책임을 묻기가 쉽지 않지만 불법 증여나 횡령·배임 등에 의해 조성된 자금이라면 추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재·김영민 기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본 인터넷 신문은 지난 4월 16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정 및 반론보도문 게재합니다.

유 전 회장이 달력을 500만원에 관장용 세척기는 1000만원에 판매한 사실이 없으며, 금수원에는 비밀지하 통로나 땅굴은 존재하지 않으며 유 전 회장과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가 오대양사건과 무관함은 지난 세 차례 검찰 수사 결과에서 밝혀졌으며 이는 지난 5월 21일 검찰이 공문을 통해 확인해 준 바 있으며, 유 전 회장이 해외밀항이나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시도는 검찰 수사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해당보도를 바로 잡습니다.

또한, 유병언 전 회장은 청해진해운 관련 주식을 소유하거나 4대보험이나 국민연금을 받은 사실이 없으므로 실소유주나 회장이라 할 근거가 없으며, 유 전 회장은 1981년 기독교복음침례회 창립에 참여한 사실이 없고 해당교단에 목사라는 직책이 없으며, 유 전 회장 일가의 재산으로 추정되는 2400억의 상당부분은 해당 교단 신도들의 영농조합 소유의 부동산이며, 기독교복음침례회에는 해당 교단을 통하지 않고는 구원을 얻을 수 없거나 구원받은 후에는 죄를 지어도 죄가 되지 않는다는 교리는 없으며, '세모'는 삼각형을 '아해'는 '어린아이'를 뜻하며, 옥청영농조합이나 보현산영농조합 등은 해당 영농조합의 재산은 조합원의 소유이며, 기독교복음침례회 내에는 추적팀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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