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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예산과 내외 경제 동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심의가 매듭 지어지는 단계에서 국회는 최종 계수 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새해 예산안은 총 규모 2조6천7백50억원으로 편성됨으로써 전년도 본 예산 대비 32·1%가 배가한 팽창 예산으로, 그동안 국회와 각계로부터 많은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세출 예산의 구조면에서도 77년도 예산안은 76년에 비해 경제 개발 예산을 오히려 축소시키면서 한편으론 소비성 지출이 지나치게 팽창되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세입 면에서는 새해 예산안이 예상 밖의 호경기를 누렸던 76년도의 조세 부담률보다도 더 높은 세 부담을 예정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높은 조세 부담률의 소득 계층간 배분 면에서도 새해 예산안은 많은 의논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가가치세제의 도입으로 조세의 대중 부담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근로 소득세가 대종을 이루는 소득세 수입 증가율은 딴 세목의 수입 증가율보다 훨씬 낮아야 마땅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77년도 예산안에서 본 세입 증가율은 이런 현실적인 요청과는 반대로 소득세 증가율이 월등히 타 세목의 증가율보다 높게 책정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타파하기 위해서 국회는 올해 예산안 심의에서 소득세 기초 공제액을 올리는 문제와 부가가치세제의 시행 시기 연기 및 세율 인하 문제를 집중적으로 협의함으로써 약간의 성과를 엿보이게 한바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협상 과정으로 볼 때 2조6천억원 규모의 예산안에 대해서 국회가 조정키로 사실상 합의한 금액은 고작 1백억원 정도에 불과해서 거의 정부 원안대로 예정되는 것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게 되었다.
예산안에 대한 최종 심의 과정에서 조금 더 손질이 된다하더라도 대세에 큰 변화가 없는 것이라면 이제는 정부가 그 예산의 운영 과정에서 최대한의 절제를 하도록 바라는 것이 국민들의 솔직한 심정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우선 내외 경제 동향으로 보아 올해보다 77년의 경기는 저조할 것이 거의 확실한 지금, 성립된 예산이라고 그것을 꼭 그대로 집행해야할 것이겠는가.
더욱이 유가 인상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영국·이탈리아 등의 국제 수지 불안정으로 무역 질서에 이상이 생길 여지가 커가고 있음을 고려할 때, 수출 주도형 경기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 새해 예산안의 경제적 전제가 흔들린다는 사실을 깊이 유의해야 할 것이다.
또 국내적으로는 금융 저축이 매우 저조할 뿐만 아니라,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불가피함으로써 물가 정세가 밝지 못한 실정임을 고려해서 내년의 예산 운영에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외의 경제 동향이 지금은 당초 예산 편성 시점에서 전제로 했던 76년도 상반기 동향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음이 분명해진 이상 77년도 예산안이 거의 정부 원안대로 성립된다 하더라도 그대로 집행하기에는 문제점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행 예산안을 따로 짜서 경제 정세 변동에 능률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충분히 준비할 것을 우리는 권고하려는 것이다.
종합 정책의 집행 수단이라 할 예산이 현실적인 경제 동향과 유리되는 것을 최소한으로 줄임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정책 운영을 기한다는 재정 운영 자세가 불가피하게 요청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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