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술 인력의 해외 「엑서더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기술 인력이 한꺼번에 해외로 빠져나가는 「엑서더스」 사태는 국내 산업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어떤 형태로든 적절한 수준에서 인정이 이루어져 장기 인력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할 것이다.
월남전 기간에도 다소간의 기술 인력 진출이 있었지만 지금 같은 대량 유출은 아니었다. 올 들어 중동 「붐」이 가열되면서 10월까지 이미 1만9천명의 기술 인력이 빠져나갔다는 사실은 우선 당장은 문제되지 않는다 해도 조만간 기술 애로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기술 인력은 현재 국내 산업의 수요에도 모자란 상태에 있다.
비록 산업간, 업종간에 다소의 과부족이 있지만 절대 규모에서는 여전히 공급 부족의 상태인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앞으로 4차 계획이 진전되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입안되어 있는 기술 인력 수급 계획으로는 오는 81년까지 모두 38만5천명의 기술자를 확보해야 된다. 그러나 주 공급원이 되는 이공계 대학과 공업계 전문학교의 공급능력 확대에는 한계가 있다.
시설·재원·교수 등 여러 측면에서 단기적인 정책적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벽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질적 향상에서는 보다 장기적인 회임을 거쳐야 한다.
70년대 중반까지 많이 부족했던 기계·조선·화학 야금·전자·토목 분야에서는 대학 정원도 연차적으로 늘어나고 시설 확대도 진전되었다.
그러나 중화학 공업 분야를 중심으로 격증하는 기술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양적으로 이를 보완하려면 전문 학교가 4차 계획 기간 중에도 꾸준히 늘어나야 한다.
기능자의 양성은 더욱 시급하여 81년까지 적어도 2백만명의 기능공이 확보돼야 한다. 이는 최소한 1백여만의 신규 기능공 공급이 필요하다는 얘기와 같다. 공공 직업 훈련 기관이나 민간 훈련 기구의 확대가 순조롭게 진행된다 해도 역시 고급 기능 교육은 상당한 시간을 요한다.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현재의 기술 인력 유출이 어느 수준에서 적정화되어야 할 것인지가 밝혀 질 것이다. 최근 「붐」을 이루고 있는 해외 건설 수출의 호조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서 국내 인력을 확보하려면 부문별, 기술 수준별 인력 자원을 면밀히 재검토해야 한다.
현재의 기술 진출이 주로 통신·선박·전기·항공 등 특수 분야에 집중되고 있는 추세는 특히 바람직하지 않다. 이런 분야는 현재의 국내 수요에도 공급이 모자라는 부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분야의 기술 인력은 가급적 유출을 억제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행정적이고 물리적인 억제는 불합리할 뿐더러 효과를 얻기도 힘들 것이다. 기술 인력의 해외 유출이 거의 전적으로 국내의 저 적금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생산성 본부 조사로는 국내 기업의 기술 인력은 사무직에 비해 평균 임금이 약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정부 국영기업체 등의 경우는 거의 기술의 전문성에 대한 적금 면의 평가가 부족하다. 특히 하급 기술이나 기능에 대해서는 오히려 사무직보다 훨씬 못한 대우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더 높은 수입을 바라고 해외로 나가려는 기술자를 국내에 확보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있어야 한다.
법이나 규정으로만 억제하기보다는 합리적인 타협점이 찾아져야 한다. 또 해외 수요가 특히 큰 기술 부문은 인력 수급 계획을 고쳐서라도 추가 확보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