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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 계열사 대표 대부분 구원파 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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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73) 전 세모 회장 일가가 거느린 계열사의 대표 등 고위 임원 상당수가 유씨가 이끄는 기독교복음침례회(세칭 구원파) 핵심 신도인 것으로 드러났다.

 구원파에서 30여 년간 활동하다 탈퇴한 유 전 회장의 전 측근은 중앙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청해진해운 김한식 대표뿐 아니라 계열사 대표 대부분이 구원파 신도”라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지주회사 격인 아이원아이홀딩스 변기춘 대표는 구원파 신도다. 변 대표는 청해진해운의 지분 39.4%를 보유하고 있는 조선업체 천해지 대표도 겸하고 있다. 가족들도 대거 기용됐다. 트라이곤코리아의 권오균 대표는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창설한 고(故) 권신찬 목사의 아들이다. 국제영상의 김경숙 대표 역시 권 목사의 며느리다. 계열사 13곳 중 11곳의 대표를 구원파 핵심 신도들이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청해진해운은 구원파와 관련된 환경단체인 한국녹색회가 2002년부터 100억여원을 들여 경북 청송군 현서면 보현산 천문대 인근 임야와 논밭 900여만㎡(300만 평)를 매입하는 것을 지원했다. ‘청록마을’이란 이름으로 유기농 공동체를 조성하겠다는 명분이었다. 실제 이 집단농장 토지 소유주는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의 두 아들 대균(44)·혁기(42)씨로 확인됐다.

 토지 매입비도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자금으로 댔다고 한다. 녹색회 전 고위 관계자 A씨는 22일 “유 전 회장이 보현산 영농조합에 재정적 도움을 준 것으로 알지만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A씨는 1970년대 기독교복음침례회를 접한 뒤 81년 녹색회 창설 때부터 활동해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은 유 전 회장이 전국 각지에 농장을 만든다는 명목으로 청해진해운과 관련 회사 자금을 부당 지원한 혐의(업무상 배임)를 잡고 수사 중이다.

 국세청도 유 전 회장 일가의 국내외 관계사를 통한 해외 재산도피와 역외탈세 의혹과 관련해 이날 청해진해운과 천해지 및 아이원아이홀딩스, 문진미디어 등 4개 회사를 압수수색했다.

 청해진해운은 또 2005년 4월 인천시 옹진군 굴업도 땅 1만3260㎡를 4억2000만원에 사들인 뒤 2009년 7월 한국녹색회에 해양환경센터 건립 목적으로 증여했다. 당시 녹색회 회장은 청해진해운 지분 4.8%를 가진 대주주였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회장 일가가 부채비율 400%, 연간 선원 안전교육비로 겨우 54만원을 쓴 청해진해운의 회사 돈을 자신들이 사실상 소유한 단체를 지원하는 데 사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철저히 규명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청해진해운의 모회사 격인 천해지도 지난해 11월 유 전 회장의 뉴욕 사진전을 주관했던 헤마토센트릭라이프연구소 문화사업부문을 합병하면서 94억여원의 부채를 떠안았다. 그러면서 연구소의 상품(사진예술작품)은 126억원으로 평가해 자산으로 인수했다. ‘Ahae’란 이름으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인 유 전 회장의 사진도 상당수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 유 전 회장의 두 아들은 또 전남 보성의 15만㎡ 규모 유기농 녹차밭인 ‘몽중산다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 역시 20년 전 옛 동양다원을 9억원가량에 매입한 것으로 현재 시가 20억~30억원에 이른다.

이가영·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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