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 말 따르면 어느 교통수단보다 배가 안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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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우리 승무원들 지시만 따라서 행동하시면 어느 교통수단보다도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세월호 이준석(69) 선장은 2010년 한 방송사 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당시 그는 인천에서 제주도로 가는 청해진해운 소속 오하마나호 선장을 맡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선장은 이번 사고에서 승객들에게 안심시키는 내용의 안내방송을 하라고 주문한 뒤 아무런 대피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 결과 많은 승객이 가만히 있으라는 말만 믿고 구조를 기다리다 빠져나오지 못했다. 승무원은 29명 중 23명(79%)이 구조됐지만 승객 구조율은 34%(151명)에 불과했다.

이 선장의 과거 일부 언론과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공개되면서 공분을 낳고 있다. 이 선장은 2004년 1월 제주도 지역 일간지 와 인터뷰에서는 40년 전 처음 배를 탄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는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역에서 원목선이 뒤집혀 일본 자위대가 헬리콥터를 이용해 구출해 줬다”며 “다시는 배를 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했지만 사람이란 간사해 그 위기를 넘기고 나니 그 생각이 없어져 지금까지 배를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 만일 구출되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며 “오늘도, 내일도 나는 배와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선장은 “직업 특성상 긴장을 늦출 겨를이 없다”며 “위험이 항상 존재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아야 하지만 그래야 잡념이 없어지기에 오히려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이 선장은 배와 탑승객을 버리고 가장 먼저 탈출했다. 선장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의무를 저버린 것이다.

 그러나 검경 합동수사본부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이씨는 3등 항해사에게 운항을 맡기고 침실로 내려가 장시간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등 휴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사고 후 수사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보니 후회스럽다”면서도 “내가 직접 운항을 했다면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궤변을 늘어놓기도 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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