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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대한출판문화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올해 들어 10월말 현재 우리나라 출판도서 총량은 1만5백8종을 기록, 3천여 만 권의 책을 발행함으로써 선진국의 수준에 오르게 됐다. 출판은 인쇄문화 분야서도 가장 고급의 문화현상이다.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사회구조가 크게 변화되고 있다고는 하나 다른 업종에 비해 오랫동안 침체해 있던 출판업계가 활기를 띠게 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 문화발전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준 현상이라 하겠다.
이러한 산술적인 성장으로도 대한출판문화협회는 국내의 여느 문화단체에 비해 가장 큰 성장과 활동을 보인 문화단체의 하나로 손꼽을 수 있게 됐다.
출판문화협회는 47년 2월 을유문화사·정음사·박문출판사 등 출판인 1백4명의 발기로 발족됐다. 그 해의 회원수가 1백23개 사. 현재의 회원 수는 1천82개 사로 29년 사이에 회원사가 약 9배로 늘어났다.
회원자격은「출판사 및 인쇄소등록에 관한 법률」에 의거, 등록을 마친 출판업자는 누구나 입회절차만 마치면 개인이나 법인이나 구별 없이 입회할 수 있다.
「출협」은 출판의 자유와 출판사업의 건전한 발전으로 문화향상에 기여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출협」의 사업은 ⓛ출판사업과 보급에 따른 정책적 뒷받침 ②독서인구개발 ③연수· 「세미나」④국제교류 ⑤출판사업 ⑥조사·연구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출협」이 활동한 도서개발위원회구성, 도서우송료 및 철도운임의 감액조치, 도서의 해외시장개척지원책, 출판단자회사설치안, 출판세제 개선, 용지 난 대책 등은 정부가 출판문화진흥책을 수립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또 도서에 대한 인식과 건전한 독서기풍을 위해 해마다 개최하는 도서전시회는 지난가을로 30회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부산·광주로 행사의 폭을 넓혀 독서운동의 지방확산을 꾀했다.
특히 현직 출판종사자들의 자질향상을 위한 편집자 연수강좌, 도서의 역할을 높이기 위한 국제회의, 경영합리화를 위한 자질향상「세미나」등은 도서의 문학향상기여를 위한 학술적 사업이기도 하다.
그러나「출협」이 안고 있는 문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부조리는 무질서한 유통구조다. 유동질서확립이란 출판사서 나온 책이 도매상에서 서점을 거쳐 독자에게 넘어가고 출판사는 도매상에 책을 넘길 때 돈을 받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도매상이 빠지고 출판사는 서점과 독자를 직접 상대하는 실정이다.
출판사들이 월부판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정가는 부당하게 비싸게 되고 독자들은 서점을 찾지 않는 악순환을 되풀이하고 있다.「출협」측은 유통질서만 확립되면 ①정가판매를 할 수 있고 ②출판사끼리의 불필요한 경쟁을 막을 수 있고 ③「덤핑」시장의 기세를 꺾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음이 해적출판이다. 지난 5월 서울에서 있었던 한미 상공장관회담에서 미국 측이 저작권보호를 정식으로 요청할 만큼 외국(특히 미국·일본)의 압력이 대단했다. 그러나 지불해 야할 인세는 엄청나고 팔 것은 없어 엄두를 못내는 실정.
출판문화가 인력자원의 개발과 육성에 결정적인 것임은 새삼스레 강조할 필요도 없는 일. 그럼에도 오늘날 출판업자들은 저자개발에 대한 노력이나 업계 스스로의 인재확보에 대한 노력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도서의 양적 팽창만을 자랑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출판업자들로 하여금 판매경쟁보다는 양서출판경쟁에 힘을 기울이게 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출판문화가 뒤떨어져 있는 데에는 출판업자들의 책임이 크다고 할 것이다.
결국 정부의 문화시책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출판인들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다시 한번 깨우쳐야 할 때란 결론이다. <김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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