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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려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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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남 거제에서 전남 여수에 이르는 남해안 다도해 연안. 거제에 있는 「한산도」와 「여수」의 머리글자를 따서 이 지역을 한려수도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선 유일한 해상국립공원이다.
이 수로를 여행해 본 사람은 누구나 그 자연경관에 매혹될 것이다. 마치 푸른 하늘을 그대로 펼쳐놓은 듯한 바다빛깔, 잔잔한 물결, 손에 닿을 것 같은 섬들. 그 수는 무려 3백 60여 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무인도만 해도 2백 53개나 된다. 연안의 산들도 5백m를 넘지 못하는, 차라리 언덕들이 녹색의 자연을 펼쳐 보인다.
이 수로의 굽이마다 역사의 유적이 아닌 곳이 없는 것도 인상적이다. 충무공의 전적들이다. 한가한 선유를 하다보면 이처럼 아름다운 해상에서 피를 흘리는 전쟁이 설마 벌어졌을까하는 부질없는 생각도 하게 된다.
한여름 수로를 달리면 섬들의 연안을 따라, 혹은 귀여운 산등성이를 따라, 수채화와도 같은 미색의 「하머니」를 볼 수 있다. 야생화들이다. 연평균 기온 14도(섭씨)를 유지하는 기후는 사뭇 아열대지역 특유의 다채로운 자연을 보여주고 있다. 이른봄의 산수유나 동백꽃에서부터 늦가을의 들국화에 이르기까지 사계를 두고 꽃과 녹색의 「캔버스」를 접는 일이 없다.
한려수도를 일본의 「세도」내해와 비교하는 사람들도 있다. 정작 다른 것이 있다면 기후의 변화와 개발의 정도뿐일 것이다. 오히려 기후는 대륙성의 영향을 받아 변주가 있는 한려수도 쪽이 더 다채로움을 느끼게 할 것 같다. 개발의 정도도 역시 인조미와 자연미의 차이라면 자연미 편이 매력적일 것이다.
다만 공원인 만큼 편리가 뒤따라야 할 것 같다. 또한 개발도 자연을 돋보이게 하는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한려수도에는 백로·왜가리 등 천연기념물이 8종이나 분포되어 있다. 이 가운데는 상록 활엽수를 비롯해 산딸나무·잣나무 등 수림지도 포함된다. 이들은 필경 기후조건과 자연환경의 산물일 것이다. 개발은 이들을 더욱 보호·보존하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정부는 3년 전부터 「마스터·플랜」을 마련했지만 정작 아직은 도상계획에 그치고 있는 것 같다. 더구나 최근엔 이들 지역이 토석 채취 등으로 손상되고 있다는 현지보도까지 있다. 개발은커녕 현상의 유지조차 힘든 실정인 것 같다. 이미 이 지역은 육지의 공장 폐수들이 흘러내려 오염의 위기에까지 직면해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마저 이처럼 짓밟히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우리의 후손들에게 죄스런 일이다.
자연은 인간이 해치지 않는 한 스스로 아름다움을 가꾸어 준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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