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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위에서의 논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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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내년 예산안을 심사하는 국회 각 상임위에서는 정책질의가 활발하다. 정책·행정 차원의 질문이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이 특색. 질문·답변을 통해 부각된 △세제개혁, △입시개선 △구속 적부심 부활문제를 들여다본다. <정치부>

<세제개혁>|인적공제 높여도 세수 지장 없다-질문|부가가치세 연기 여부 신중 검토-답변
세제개혁안 심의에서 논란의 초점을 이룬 것은 소득세법개정안과 정부가 내년 7월부터 실시하려는 부가가치세제.
소득세법안에서는 ▲인적공제액의 인상 ▲「보너스」특별공제액 인상 ▲기본세율 조정 ▲양도소득세 기초공제 폭 ▲물가연동제 적용문제가 주로 논의됐으며 부가가치세제에서는 ⓛ실시시기 ②기본세율 ③탄력세율 ④특별소비세 품목 등이 핵심문제로 부각됐다.
신민당의 진의종 의원은 지난 74년에 5만 5천 원이던 면세점이 내년에 8만 원(정부안)으로 되면 45%가 늘어나는 데 비해 물가는 그동안 1백 1.3%가 올라 물가인상에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했고 김현기 의원은 공제액을 12만원(신민당 안)으로 해도 정부의 세수에는 지장이 없다는 계산을 제시했다.
김 의원은 신민당안대로 할 경우 인적공제에서 4백 60억 원, 상여금 특별공제에서 2백 59억 원 등 7백 19억 원의 세수가 줄지만 정부가 76년 본예산에 계상한 원천소득이 1천 1백 20억 원이고 77년 예산안에는 1천 9백 77억 원을 내놓아 8백 57억 원이 더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신민당안대로 하는 경우에도 원천소득에서 1백 38억 원이나 세수증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천명기 의원은 월급 15만 원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3년간의 물가인상 47.4%를 생각하면 구매력에 있어 75년에 3만 8천 원, 76년 1만 3천 원, 77년 9천 8백 원을 상실해 가처분소득은 6만 1천여 원에 불과하다는 이론을 전개했다.
공화당의 최재구 의원은 신민당 안은 과다하고 정부안은 미흡하다고 비교, 중간인 10만 원 선을 암시.
김용환 재무장관은 기초공제액 인상이 야당안대로 하는 경우 8만 5천 원 소득자는 4백 40원을 이익보지만 50만 원 이상자는 3만∼4만 원을 이익 보아 고소득층에 더 유리해진다는 논리를 전개.
김 장관은 『근로자 6백만 명 중 20%에 불과한 과세인원을 줄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며 『현 시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정부안이 적정선』이라고 강조. 「보너스」공제 폭은 정부의 2백% 24만 원에 비해 신민당 안은 4백% 50만 원.
이중재 의원(신민)은 『「보너스」는 임금의 일부』, 최재구 의원은 『즐거워야할 「보너스」가 국민을 우울하게 만든다는 것을 정부가 아느냐』고 했고 김상연 의원(공화)도 신민당 안을 찬성.
김 재무장관은 『다른 나라에서는 없는 특별공제를 내가 주장한 제도인데 지금은 후회된다』면서도 「여러 의원의 말씀을 들을 때 안타깝게 생각할 뿐』이라고 명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소득세 세율의 하한선을 정부안 3만 5천 원의 8%에서 신민당이 5만원의 6%로 축소할 것을 요구하고 구범모 의원(유정)이 중산층의 세 부담 과다를 지적한 데 대해 김 재무장관은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소득단계를 상향조정해 50만 원 이하에 33%, 30만 원 이하에 35%의 감세 안을 낸 것』이라면서 『세율을 더 인하하면 여러 문제가 파생해서 곤란하다』고 난색을 표명.
부가가치세의 실시시기는 신민당이 6개월 늦춰 78년 1월부터 실시하도록 요구했고 이병옥 의원(공화) 같은 이는 『김 재무장관의 정치생명이 걸린 중대 도박』이라고 경고.
김 장관은 『물가와 국제원자재가격 등을 종합 판단해서 다시 한번 숙고하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연기하는 경우라도 물가의 안정기 등을 고려할 때 연초보다는 중반이 좋을 것』이라고 말해 연기된다면 반년이 아니라 1년이나 2년이 될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
세법 손질은 정부·여당의 최종 협의과정에서 이뤄질 것이지만 여당이 적극적으로 국민 부담을 덜어 줄 것을 기대하고있어 「폭」이 높든 낮든 어느 정도의 수정은 가능할 것 같다.

<입시제도>|고교 평준화정책 철폐를-질문|문제점은 보완…계속 실시-답변
문교부에 대한 정책질의에 나온 핵심문제는 고교 및 대학입시제도 개선.
대학입시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명분은 현행 예시제도가 학생들에게 예비고사를 치른 다음 본고사에 응시케 하는 이중부담을 준다는 것.
신도환 의원(신민)은 『각 대학이 독자적인 방법에 따라 신입생을 선발토록 예비고사제도를 철폐하고 그 대신 현행 입학정원제를 졸업정원제로 바꾸어 대학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개선방안을 제시.
신 의원은 고교무시험진학제도에 대해서도 『현재 서울을 비롯한 5개 도시에서 실시 중인 연합고사에 의한 학군별 무시험추첨제는 하향식 평준화를 강요하여 상대적으로 전체 고교생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 『종전의 자유경쟁입시제도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세경 의원(공화)도 『일본을 제외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고교평준화제도가 어떻게 해서 착상된 것이냐』면서 『이 제도하에서는 「엘리트」교육이 전혀 불가능하다』고 했다. 최 의원은 『획일적인 평준화정책은 즉각 철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육인수 의원은 『실력이 다소 부족한 학생도 무시험진학을 하게되니 과거 60%에 불과하던 고교 진학률이 이 제도 실시 이후 80%까지 급증했다』면서 재고해야할 제도라고 비판. 이런 의원들의 개선 주장에 비해 정부 답변은 부정적.
조성옥 문교차관은 『고교평준화 실시 이후 학력이 저하됐다는 얘기는 객관성이 결여된 것으로 1년 정도 더 있어야 정확한 판단이 나올 것』이라며 『다소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보완해서 당분간은 계속 실시해 나가겠다』고 정부 입장을 밝혔다.
졸업정원제에 대해서도 조 차관은 『「프랑스」와 같이 전 대학이 국립인 나라에서는 가능할지 몰라도 우리의 경우에는 학부모의 과도한 교육비 부담을 고려할 때 우리 여건에는 맞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구속 적부심제>|억울한 구속 보상 못 받아-질문|가석방제도를 확대할 터-답변
법사위에서는 구속 적부심 제도의 부활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부각됐다.
구속 적부심 폐지는 피의자의 인신 구속에 있어 부당한 인권침해와 검찰권의 남용을 합리화하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야당 의원들은 주장했다.
김인기 의원(신민)은 적부심 폐지에 따라 억울한 사람이 구속되는 경우 최소한 반년의 기간이 지나야 l심 재판에 의해 풀려나올 수 있으므로 그동안 본인의 피해는 보상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병채 의원(신민)은 『교도소로 가는 통로와 풀려 나오는 출구가 모두 검찰의 일방통행에 전담돼있어 기본권 보장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의 공평한 정의가 개입될 수 없다는 모순점이 노정 되고 있다』며 적부심 부활을 요구.
야당 주장에 따르면 적부심이 있던 72년에 비해 폐지된 이후 75년에는 구속인원 수가 1만여 명이 증가했고 이는 투망식 구속수사원칙이 빚은 결과라고 지적했다.
황산덕 법무장관은 구속 적부심 폐지 이유를 2가지 측면에서 설명. 첫째는 종래의 구속적부심은 영장을 발부한 법관이 동일사건의 구속적부를 심사한다는 제도 자체의 모순을 안고 있다고 했고 둘째로는 재력 있는 일부 층만이 변호사를 대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운영상의 병폐. 황 장관은 이런 이유를 들어 구속 적부심을 부활시키지 않겠다고 했다.
황 장관은 그 대신 기소편의주의를 적절히 활용하고 가석방제도를 대폭 확대하여 인신 구속에서 오는 폐해를 최대로 줄이겠다고 답변했다.
이택돈 의원 등 야당의원들에 의해 소위 비밀영장제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되지 않느냐는 의구심이 제기됐으나 황 장관은 국가안보사범의 수사기밀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상 필요에 의한 절차적 관례라며 특별한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적부심 부활·비밀영장제도 폐지 등은 야당의 개선목표로만 내놓아졌을 뿐 현재대로 밀고 나갈 정부 의사만 명확하게 제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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