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세제개혁안 어떻게 돼 가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정부가 올해 정기국회에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모두 18개-. 신민당이 대안으로 내놓은 4개까지 합치면 모두 22개나 되며 세법개정 내용에 따라서는 예산규모조차 달라질 판이다.
신민당의 세법대안이 관철될 경우 1천4백50억 원이나 세금이 주는 것으로 추산되어 깎이지 않으려는 정부쪽 전략도 만만치만은 않다.

<전문위원은 잘 보았다>
세법안을 심의하는 재무위에서 전문위원(1급)이 의외로 야당주장과 흡사한 「검토보고」를 해 야당이 환영.
정인호 전문위원은 근로소득세 기초공제액을 정부가 5인 가족기준 현행7만원에서 8만원으로 1만원 인상해 놓은 것을 「미혹한 것」으로 지적했고 신민당 대안 12만원에서 다소 떨어지기는 해도 11만원으로 할 경우 세수결합을 계상, 이 선은 되어야 한다고 간접 주장.
12만 원 신민당 대안에 대해선 『물가가계비 등을 충분히 검토하여 최저생계비 수준의 공제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긍정적 평가.
기초공제액과 관련, 정 위원은 『77년1월1일 이후 출생한 자녀에 대해서는 공제대상을 2명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1명을 더 낳는 경우 1천5백원의 세금을 물게 된다』고 계산하고 『1천5백원의 세금을 내는 것이 아까워서 둘만 낳겠다는 부모는 없을 것』이라고 말해 정부안을 간접적으로 비판. 「보너스」공제액·양도소득세율 등도 신민당 안에 접근해 진의종 의원(신민) 같은 이는 「사필귀정」이라고 전문위원을 옹호. 인적 공제액을 8만 원으로 할 경우(정부안) 현재보다 1백63억 원의 세수감이 생기고 신민당 안대로 하면 3백69억 원의 감액이 추산되어 결국 2백6억 원의 차이를 보이는 셈.
외국의 기초공제액을 보면 독신자 기준 연간 △일본1백36만원 △미국1백4만원 △「프랑스」1백47만 원인데 비해 한국은 36만원으로 월등히 낮은 편.
75년 말 기준 5백80만 명의 근로자 분포를 보면 봉급7만원이하가 5백22만 명으로 90%를 차지하고 7만원에서 10만 원까지가 35만5천명(6.1%), 10만원이상이 22만6천명으로 3.9%에 불과하다는 것이 정부측 자료. 그 동안의 급료 인상을 고려하더라도 신민당 안대로 12만원을 공제하면 세금을 낼 사람은 현재의 7백만 명 근로자중 10%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 이런 이유로 정부는 국민 개세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여서도 …부가가치세 상조론>
정부의 세제개혁안은 내년7월부터 부가가치세제를 도입한다는 전제가 돼 있으나 실시시기에 대해선 야당은 물론 여당일각에서조차 상조론을 펴고 있는 실정.
정부가 서둘러서 내년 하반기에 이 제도를 실시하려는 데는 78년의 대통령 및 국민회의 대의원 선거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고 야당에서는 비판적인 분석을 하고 있다.
여당의 한 정책관계자는 『시행착오가 있으면 빨리 시정해서 78년 선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재무부가 서두르는 것 같다』고 실토.
그래서인지 78년1월부터 적용하자는 수정안에 대해 공화당이나 유정회 소속 의원이 비공식으로 상당수 찬의를 표하고 있다.
각국 예를 보면 △「이탈리아」가 법제정 후 2년2개월 △「아르헨티나」 1년10개월△ 「벨기에」 1년만에 실시.
이런 예를 들어 야당의원들은 실시시기를 늦추라고 주장하고 있고 국회전문위원도 이를 찬성하고 있다.
부가가치세의 기본세율(정부안13%)를 보더라도 △서독 11% △「이탈리아」 12% △ 「룩셈부르크」10% △영국8%.
그러나 유정회의 이승윤 의원 같은 이는 「프랑스」 같은 데는 세율이 20%라고 주장.
정부는 부가가치세로 흡수하는 8개 간접세의 세수를 합쳐 한국은행·한국개발원 등에서 역산해 낸 수치가 13%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신민당의 이중재 의원은 8%라는 주장이고 구범모 의원은 『사적으로 알아본 바는 12%내외』라고 계산하고 있어 서로 어림치가 다른 상태.
신민당은 소득세에서 세율조정이나 기초공제액 인상 중 하나를 부가가치세에서 실시시기 6개월 연장이나 기본세율 인하 중 하나를 관철한다는 목표다.

<국민에 주는 건 너무 인색>
지방세법 개정안에 모처럼 초강경의 자세를 보인 신민당은 문제의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는 제안되지 않으리라는 낙관 섞인 전망을 하고 있다.
『국민여론·의원들의 지적·언론의 논조 등을 종합, 이번 국회의 상정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는 김치열 내무장관의 국회 답변이 이 같은 낙관론의 한 근거.
H의원 같은 이는 『개정안이 말썽된 후 내무부와 경제기획원의 실무자간에 언쟁이 벌어진 것으로 듣고 있다』면서 『내무부는 「기획원과 모두 협의해서 한 것인데 우리만 억울하게 매를 맞았다」고 한다더라』고 부언. 또 다른 야당의원은 『모 지방 자치단체는 문제된 주민세균등할을 심지어 4백% 인상하자고 내무부에 건의한 일도 있었다』고 막후의 경위를 설명.
이철승 신민당 대표최고위원은 『만일 개정안이 나온다면 철저히 검토, 우리의 대안을 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고 정부·여당은 겁도 없이 마구 거둬쓰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이런 방식으로는 언제든 한번은 구멍이 터진 것』이라고 으름장.
채문식 의원은 『국민으로부터 받는 것은 50%·1백% 단위로 인상하면서 국민에게 주는 추곡수매가 같은 것은 끝자리 숫자는 물론 소수점 이하 단위까지 인색하다』고 비판.
김치열 장관은 『의원들의 지적은 세제개혁담당자로서 명심해야 할 좋은 충고라고 거부반응만은 아닌 자세.

<모임 한번 없는 여 8인 소위>
지방세법개정안을 대폭 수정하기 위해 출범한 여당의 8인 소위는 구성된 지 열흘이 넘도록 한번도 소집하지 않은 상태.
김주인 공화당정책연구실장은 『관리들의 「작품」이라 정치적 「센스」가 결여된 감이 없지 않다』고 했고, 박준규 정책위의장도 『국세 내는 국민 따로 있고 지방세 내는 국민 따로 있느냐는 이중재 의원(신민)의 재무위 발언은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며 크게 손질할 생각임을 비쳤다.
여당에서도 특히 공화당 소속 일부의원들이 거북스러워하고 있고 정부가 자진해서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어 줄 것을 기대.
여당은 『정부가 내놓은 예산안을 국회에서 여당이 다시 손질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국민부담과 직결된 세법에 관한 한 꿀 먹은 벙어리노릇만은 할 수 없고 많은 의원들이 고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실정. 그래서 정부가 내놓은 세법개정안의 부분수정이 불가피하고 그에 따른 세인조정이 이뤄지면 예산규모도 손질 될 것 같다. <조남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