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영의 문화 트렌드] ‘전문 정보=유료’ 정착 안 되면 양심 파워블로거 멸종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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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24면

지난 칼럼에서 일부 파워블로거가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거와 거지의 합성어)’로 전락하는 데에는 블로거 개인의 양심 문제도 있지만, 블로그 시스템의 수익성 부재 때문도 있다고 했다. 전문적인 콘텐트를 꾸준히 생산하는 블로거라면 시간과 노동력이 꽤 든다. 그에 대한 보상을 얻을 길이 많지 않으니, 업체의 대가를 받고 리뷰를 가장한 간접홍보를 해주는 유혹에 빠지기 쉬워지는 것이다.

블로그와 마케팅 <하>

지난 2월 출범한 허핑턴포스트 한국판의 무(無)원고료 방침을 둘러싼 논란도 블로그의 수익성 문제와 연결된다. 미국 온라인매체 허핑턴포스트는 필진으로 초청한 블로거로부터 콘텐트를 수집해 배치하고, 자체 생산 뉴스도 함께 보여주는 사이트다. 이때 필진에게 원고료를 주지 않는 게 방침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2011년 블로거들이 소송까지 제기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허핑턴포스트가 처음부터 무원고료 원칙을 밝혔고, 콘텐트 제공을 강요하지 않았으니 문제없다고 했다.

각 포털의 파워블로거 로고.

그건 맞다. 일반 포털에서 전문적 콘텐트를 올리는 블로거들도 마찬가지다. 누가 하라고 시킨 게 아니고 자기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 처음에는 스스로의 즐거움이나 독자들의 칭찬으로 인한 뿌듯함으로 노동과 시간을 들인 게 상쇄된다.

하지만 이게 과연 지속가능(sustainable)한가? 이런 블로거들은 점점 더 인기를 얻고 파워블로거로 불리면서 내용을 더 풍부하게 하고 업데이트를 규칙적으로 해야 하는 압박을 느낀다. 그럴수록 시간과 노동의 기회비용과 금전적 비용이 증가한다. 그 결과 대개 유익한 읽을거리가 생산된다. 실제로 나는 어느 사진·여행 전문 블로그의 잘 찍은 고화질 사진과 유용한 정보를 보면서 공짜로 보는 게 미안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이런 블로거가 경제적 보상을 얻을 길이 너무 적다. 책을 내고 강연을 하고 특히 유명해지면 TV 등 매체에 출연하는 것 정도인데, 이런 기회가 그리 흔하고 빠르게 오는 것도 아니다.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의 경우에는 블로그 하단에 정식 광고를 달 수 있게 했다. 블로거가 순수한 리뷰를 가장한 업체 홍보 글로 독자를 기만하는 대신 이렇게 블로그 글과 분리된 정식 광고로 수익을 올리게끔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런 광고 수입이 블로그 운영 비용을 상쇄할 만큼 크진 않다.

한편 네이버는 파워블로그 선정을 점점 엄격하게 하고 있다. 외부 자문위원회의 심사를 포함시킨 결과 한때 1000여 개에 달했던 파워블로그의 숫자가 지난해에는 400여 개, 올해에는 200여 개로 대폭 줄었다. 기존 네이버 파워블로그 중 올해에 리스트에서 빠진 블로그들을 살펴보면 기업체와 제휴 활동을 활발하게 한 경우가 많다. 제휴임을 숨기고 독자를 기만한 게 아니라 제휴임을 분명히 밝히고 진행한 경우에도 말이다.

블로그 상업화에 대한 비난이 포털 책임론으로 번지면서 네이버로서는 이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으리라. 하지만 이런 식으로 갈 때 최종적으로 남는 파워블로그, 즉 전혀 영리적이지 않으면서도 전문적 생산력을 유지하는 블로그가 얼마나 될까. 관련된 기성 직업을 가진 사람이나 돈과 시간이 많은 사람이 운영하는 소수의 블로그뿐이다.

대안은 심도 있는 리뷰를 포함해 전문적인 글을 생산하는 블로거가 그 콘텐트에 대해 대가를 받는 것이다. 해당 업체가 아니라 바로 그 정보를 소비하는 독자로부터 말이다. 광고성이 배제된 믿을 만하고 질 좋은 정보에 대해 독자가 값을 지불하면 지속적으로 그런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선순환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 반대의 악순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블로그뿐만 아니라 모든 온라인 매체의 현안이기도 하다.

물론 나부터도 종종 들어가던 블로그에 다짜고짜 지금부터 돈을 내야 글을 볼 수 있다고 하면 안 보고 나와버릴 가능성이 크다. 어떻게 하면 독자가 저항감 없이 콘텐트에 자연스럽게 대가를 지불하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을까. 그것이 지금 뉴욕타임스 같은 유력 전통매체부터 신매체까지 고민하고 연구하고 있는 부분이다. 좋은 답안이 나오길 희망한다. 더불어 ‘콘텐트는 당연히 공짜’라는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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