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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허무주의의 극복|노벨문학상 수상이 확실시되는 「솔·벨로」의 문학세계|김종운<서울대 미국학 연구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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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현역 미국작가로서 「솔·벨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40년에 가까운 그의 문단경력뿐 아니라 8편의 장편소설과 무수한 단편소설·희곡·수필 또는 비평적 업적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한편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으례 올랐다든가 또는 여러차례 전국우수도서상을 수상했다든가 하는 경력이 그의 대중적 인기를 입증해 주지만 동시에 「시카고」대학의 교수직이 보증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성가는 그가 현역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작고한 어느 대가 못지 않은 많은 학문적연구서나 논문의 주제가 되어 왔다.「벨로」를 가리켜 『가장 지적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작가의 한사람』이라는 평이 서슴지 않고 받아들여졌던 것이 60년대 초반이었음을 상기할 때 그 시기가 현대 미국소설의 쌍벽같이 알려졌던 「헤밍웨이」나「포크너」의 영향이 미처 가시지 않았던 시기임을 감안한다면 그의 작가로서의 비중은 짐작이 갈만하다. 「벨로」는 전대의 「모더니스트」문학이 지닌 최면적 영향력에 관하여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대체로 그는「모더니스트」들의 주장인 황무지적 허무주의나 전위파적 실험주의를 높게 평가하며 또 그들의 허무사상에 대한 일차적 정당성을 시인함에 인색하지 않으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그들에 동조하기를 거부한다.
「카프가」 「르렌스」 「일리어트」「조이스」 「헤밍웨이」등이 제시하는 현대의 인간 조건이나 상황에 처한 인간이 현대적인 「고민」끝에 도달한 결론으로서의 허무주의를 그는 과오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의 처음 두 장편 『허공에 매어달린 사나이』(44년)와 『피해자』 (47년)는 바로 그 자신이 지탄하고 있는 소외적 전통에 근거를 두고 있지 않으냐고 역습당하기 알맞을 정도로 현대에 있어서의 가치체계의 붕괴·개인의 소외·의사소통의 단절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벨로」의 명성을 확립한 작품은 그의 제3작인 『「오기·마치」의 모험』(53년)이라고 볼 수 있다. 첫 두 작품이「시카고」와 「뉴요크」라는 음울한 대도시의 일각에 국한된 무대를 가졌던 것과는 달리 이 작품에서는 미 대륙내 곳곳뿐 아니라 「멕시코」나 「유럽」 각처에까지 그 지평이 넓혀진다. 「오기」는 불사조처럼 소생하는 낙천성을 가지고 절망을 초극하는 「수용」을 배운다. 그는 자신의 실패를 회고하고 웃을 수 있는 희극적 주인공이다.
56년에 출판된 『오능을 포착하라』는 다시 길이가 짧고 페쇄적인 무대로 복귀했다. 주인공인「트미·윌헬름」의 청년기의 반항은 자기도 자인하듯 완전한 실패로 끝난다. 다음 소설인 『우왕 「헨더슨」(59년)의 주인공인「켄더슨」은 여러모로 「토미·윌헬름」과 대조된다. 「토미」가 세속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실패한 인물임에 반하여 「헨더슨」은 명문가에 태어난 백만장자이지만 「심정의 궁극적 필요」를 탐구하기 위해 「아프리카」대륙으로 여행한다.
64년 「벨로」는 『허소그』를 발표했는데 이 작품은 미국의 유대사회에 가장 흔한 직업의 하나인 교수직을 주인공인 「허소그」에 부여함으로써 그는 다분히 자서전적 요소가 가미된 사실적 세계로 복귀했다. 다음 소설은 70년의 『「샘러」노인의 유성』 인데 이 소설은 유대계 미국소설이 여태껏 기피해오던 「나치스」에 의한 유대인 대학살사건을 배경으로나마 다루었다는 의미에서 우선 독특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볼때 「벨로」의 작품을 일관하는 주제는 전 세대의 「모더니즘」이 기치로 내세웠던 소외와 절망과 삶의 포기, 또는 목적없는 파괴적 혁명사상이나 「밴덜리즘」따위에 대해서 그 배경이 되는 원초적 원인이나 풍토를 한편 시인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적극적이고긍정적인 결론을 표출하려함을 알수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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