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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건강(중)|김두종 박사 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늙은이들에게 무슨 들을 이야기가 있다고…우리야 이제 반은 저승에 가 있는 사람들인 걸』
그러나 김두종 박사(80·서울대 명예교수·의사학)의 모습과 형색은 연륜의 자국도 없이 정정하다.
『뭐 아픈 데라곤 별로 없지. 병하곤 본래 별로 인연이 없는 편이었어.』김 박사는 지금도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오전에 5∼6시간씩 글을 쓰고 오후엔 거의 매일 외출한다.
『튼튼하게 태어난 덕이 크지만 노인이 건강을 유지하는 데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해요.』그 노력이란 되도록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것. 움직인다는 것은 생물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김 박사는 지금의 댁(서울 명륜동 3가 70의1)에 살게 된 20년 전부터 하루도 빼지 않고 아침등산을 계속하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면 부인 이유숙 여사(70)와함께 성균관 뒷산을 오른다.
비원뒷담을 끼고 옥류정을 지나 삼청 공원을 돌아오면 1시간 반, 등산친구들을 만나 맨손 체조라도 하면 2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힘든 줄은 모르겠어. 비가 억수로 퍼부어서 하루 거르는 날이면 오히려 몸이 불편한걸.』김 박사 내외는 지난해 미국에 살고 있는 딸의 집을 찾아 1년 동안 여행을 하고 돌아왔다.
이 때 미국전역을 돌며 하루에 6∼7시간씩 자동차여행을 했어도 지치거나 병으로 눕는 법은 없었다고 한다.
『그것도 아침산책의 덕인 것 같아. 거기서도 새벽마다 거리로 광장으로 꼭꼭 산책을 했거든. 김 박사는「자동차는 영구차」라는 서양의 농담이 꼭 맞는 말이라고 했다.
김 박사 건강의 두 번째 비결은 정신적으로 심심하지 않은 것. 『교수란 책을 보는 게 일이지 않아요. 노인이 되어 심심하다는 사람들을 가끔 보지만, 나는 조금도 심심하지 않아.』김 박사는 지금 서양 의학 사에 관한 책을 집필중이다. 지난해 미국여행을 하면서 각 도서관에 들러 필요한 자료를 모아 온 것이다.
『시작한지 3∼4개 월 밖에 안됐으니 앞으로 5∼6년은 실히 걸릴 게야.』
김 박사는 안경만 쓰면 책 읽는 것이나 글쓰는 것이나 별로 불편할 게 없다며 여유 있게 웃는다.
김 박사는 3년 전에도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여행을 했었다. 그 때는「영어 5천 단어 외기」계획을 세워 여행도중 틈틈이 나는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고.『뭐 젊은이들처럼 공부를 해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겠다는 것은 아니지. 그렇지만 마음이 해이해지면 몸의 긴장도 풀어지게 돼.… 80세인 김 박사는 올해 70이 된 부인을 걱정한다.『나는 걱정 없는데 집사람이 가끔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탈이야.』그러나 두분 모두 귀도 눈도 치아도 젊은 사람 못지 않게 밝고 건강하다.
『신 것이나 단 것은 이(치)에 나쁘다고 잡숫지 않으셔요. 솔·담배도 5년 전부터 다 끊으셨지요.』
아무래도 노부부를 가장 아끼는 것은 그들 서로인 것 같았다.
『우리 부부가 같이 해로하고 있는 것이 퍽 다행이란 생각을 가끔 하게 돼요. 젊은 사람들은 우리에게 잘해 주지만 늘 바빠하니까 우리가 미안한 생각이 들거든.』
김 박사와 부인은 가파른 2층층계를 가벼운 발걸음으로 내려와 객을 배웅한다. <지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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