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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덧니가 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대문의식」이라든지「용모단정」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다. 집은 허술해도 대문만큼은 돈을 들여서 그럴듯하게 세운다. 그 집의 얼굴인 대문이 보 잘 것 없어야 되겠느냐는 뜻이겠다.
사람을 대할 때 어느 부위보다 얼굴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마찬가지다.
「용모단정」에서「이목구비」가 가장 중요한 몫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 라면 치아의 모양을 빼놓을 수 없다.
덧니. 앞으로 뻗은 이, 치 열이 고르지 못한 앞니, 옥니, 사이가 몹시 뜬 이 등은「용모단정」에서 실격이리라. 그래서 한참 자라나는 학생들이나 미혼여성들이 덧니나 뻗은 이 때문에 심한 열등의식에 빠지곤 한다.
입벌리기를 꺼리거나 웃을 때마다 손으로 입을 가리는 여학생들을 이따금 본다. 덧니가 흉측해서 입을 살짝 열고 웃지 못하는 그녀의 심정이 어떨지는 짐작할 만 하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 때 덧니나 뻗은 이가 부끄러워 친구들 만나기를 기피하고 소극적인 성격으로 변하는 아이들이 우리 주위에 적지 않다.
고도로 발달한 현대 치과학은 이 같은 고민을 말끔히 씻고 해결해 줄 수 있다. 이를 빼지 않고 덧니를 제자리로 밀어붙일 수 있는가 하면 심하게 앞으로 뻗은 이도 예쁘장하게 가지런히 이동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과거 사용했던 금속대신 자연치아와 거의 다를 바 없는「포스린」의 출현으로 교정시기도 단축하고 완벽한 교정도 가능해졌다.
문제는 교정시기다. 너무 늦게 하면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장발육이 왕성한 12∼20세 전후가 치아교정의 최적시기다.
즉 영구치가 다 나온 사춘기 때 서두르면 보기 흉한 덧니나 뻗은 이를 감쪽같이 교정할 수 있다.
그렇다고 유치의 교환이 대개 끝나는 12세 이전에 치아교정을 받으면 오히려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영환<의박·순천향병원 치과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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