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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우어린이와의 결연 성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보사부와 본사가 공동으로 추진한 「불우어린이결연사업」이 각계각층 인사들의 온정어린 후원으로 소기이상의 큰 성과를 거두었다니 흐뭇하기 그지없다.
보사부에 따르면 11일 전국4백25개 아동복리시설에 수용돼있는 불우어린이 4만3천2백15명중 외원에 가입돼있지 않은 1만3천5백명에 대한 결연 사업을 시작한지 2개월만에 목표보다 1백80명이 더 많은 1만3천6백80명이 뜻을 이루게 됐다는 것이다.
보람있는 이 애정확대사업에 혼연히 동포애의 손길을 뻗쳐준 독지가들에 의해 7억1천2백여만원의 후원금이 걷혀 4천6백40명이 교육비를, 9천40명이 양육비를 각각 지원받게 됐다니 지극히 가슴 훈훈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한햇동안에 남의 집 대문 앞이나 길가에 버려지는 아기의 수는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약6천명에 이르고 있는데다 요즘 미혼모의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또 이들의 친권포기를 위한 상담건수도 부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고 보면 기아와 이로 인한 고아문제는 점점 심각한 사회문제로 돼가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
고아문제를 가장 원만하게 해결하는 이상적인 방법은 말할 것도 없이 국내독지가들의 가정에 입양시키는 길이다. 자녀 없이 고아를 원하는 무자녀가정 등을 찾아 양자의 인연을 맺게해 주는 일이야말로 사랑에 굶주리고 인정에 목말라 우는 고아를 위해서도, 그리고 자식 없는 쓸쓸한 가정을 위해서도 더없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지금껏 고아의 국내입양사정은 제반 여건과 분위기의 미숙탓으로 별로 신통치 못한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가족제도와 혈통유지를 중시하는 의식구조, 고아에 대한 나쁜 선입관과 고정관념, 그리고 까다로운 입양시책 및 절차 등이 겹쳐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있기 때문이다.
근자에 불우어린이결연운동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는 까닭은 종래 외국인과 외국기관에 크게 의존했던 고아양육사업재원이 점차 감소되고 있을뿐더러 국제입양사업이 갖가지 부작용을 빚는 등 바람직하지 못한 사정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 고아를 우리 손으로 기르자」는 민족적 긍지와 자각 때문이라고 하겠다.
우리나라에서 고아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동시에 해외입양사업이 시작된 것은 한국동란후의 일이다. 수많은 전쟁고아의 발생과 외국군인의 주둔으로 인한 혼혈아의 출생은 고아대책과 해외입양사업을 추진토록 한 것이다.
「홀트」양자회의 도움 등으로 1957년부터 76년8월말 현재까지 혼혈아를 포함한 3만4천명의 고아들이 주로 미국과 북구제국으로 해외입양을 한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외국에 양자로 간 우리나라 고아들의 대다수는 양부모의 사랑 속에 행복하게 성장하고 있으나 개중엔 불운을 겪고있는 어린이들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뉴요크」의 한 주부가 밥을 안 먹는다고 2살난 한국계양녀를 때려 숨지게 한 사건과 또 「스위스」에서 양부모에게 가기 위한 건강진단을 받고있던 5살난 한국고아가 병원3층「발코니」에서 뛰어내린 충격적인 사건 등은 해외인양사업에 대한 재검토를 불가피하게 했다.
최약자로서의 고아들을 보호하고 돌보는 일은 형제애의 발로요, 외국인 아닌 동포로서의 임무일 뿐 아니라, 나아가 청소년범죄를 예방하는 사회정책적 의미도 갖고 있음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자식 가진 모든 부모들, 특히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은 불쌍한 고아들을 자기 자식이요, 조카라는 생각에서 깊은 애장을 갖고 미결연고아들의 설움을 덜어주는 사랑의 결연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하길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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