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짜게 먹는 습관이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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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서양인에게 고혈압이 흔한 것은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다지 육류를 섭취하지 않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고혈압이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서순규 박사는「짜게 먹는 습관」을 중요 인자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식염의 만성적인 과잉섭취가 고혈압발생의 중요한 원인가운데 하나라는데 대해서 의학계는 거의 일치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물론 식염의 과잉섭취가 어떻게 혈압을 상승시키느냐 하는 점에 대한 정설은 없다.
그러나 항상 짜게 먹으면 혈관의 긴장이 습관적으로 지속되어 결국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설이 꽤 인정을 받고 있다. 그리고 계속 짠 음식을 섭취하면 혈압을 높이는 물질이 분비되는 콩팥(신장)의 기능체제가 망가져 혈압이 치솟게 된다.
식염 섭취 량과 고혈압과의 관계를 구명한 실험 예는 많다.
서 박사는 하루 식염 섭취 량이 늘어날수록 혈압이 비례해서 상승한다고 말한다(표 참조).
서 박사가 조사한 우리나라 사람의 하루평균 소금 섭취 량은 20g. 대개 15∼30g섭취한다. 짜게 먹는 남쪽 농촌 사람은 하루에 40∼50g까지 섭취한다. WHO권장량은 10g정도.
미국인 10g, 일본인 15g에 비하면 엄청나게 많다.
하루에 30∼40g을 섭취하는 죄수들을 상대로 서 박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의 50%가 고혈압 환자로 판명되었다.
일본 추전 지방이나 대서양의「바하마」제도는 짜게 먹는 습관과 고혈압 발병의 연구대상이 되는 대표적인「모델」이다.
추전 지방 주민의 하루평균 소금 섭취 량은 28g쯤 되는데 주민의 40%가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증으로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하마」제도의 주민들도 대부분 고혈압 환자인데 주식이 소금으로 절여 말린 생선과 소금이 섞인 돼지기름이며 게다가 우물물의 소금농도가 엄청나게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섬 주민의 사망원인 중 으뜸은 역시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중이다.
한편 「에스키모」인들도 식염 섭취 량과 그 혈압 관계에서 볼 때 퍽 교훈적인 존재다. 매일 고기만 먹는「에스키모」인에게 고혈압환자가 거의 없는 것은 하루식염 섭취 량이 겨우 2∼3g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사실이 여러 가지 실험결과 밝혀진 것이다(표 참조).
사실 소금은 생명을 유지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기본 물질이지만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콩팥의 기능을 망가뜨리고 혈압을 치솟게 하는 등 건강을 해치는 물질로 둔갑한다. 서 박사가 조사·실험한「한국인 소금기호도」에 따르면 남자나 여자나 음식의 소금농도가 0·5%일 때 가장 좋아하고 0·75%일 때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외국인의 0·1∼0·25%에 비해 2∼3배 짠것을 좋아하는 식성을 뜻한다. 이처럼 짜게 먹는 습관이 기름진 음식을 적게 먹는데도 고혈압 발생빈도가 15·2%나 되는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반적으로 짠 김장김치를 담가 먹는 겨울철에 고혈압이 악화되고 뇌졸증도 다발 한다는 사실을 상기해서 짜게 먹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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