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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년 대통령 시정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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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년도 예산안 제출에 즈음한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중·장기적인 제4차 계획의「비전」제시와 당면한 77년의 시정 계획이다.
자립경제·사회개발·기술의 혁신과 능률의 향상이란 4차 계획의 전체적인 목표의 테두리 안에서 국가안보의 공고화와 착실한 경제성장, 그리고 국민총화체제의 강화를 내년도의 시정목표로 내걸었다.
박 대통령은 4차 계획의「비전」을 목표연도인 81년에 1인당 국민총생산 1천3백「달러」와 수출 2백억「달러」달성으로 요약했다.
내년의 시정계획으로는 외교·국방·경제·사회복지·교육·문화예술·국민총화체제 강화 등 각 부문에서 기존 정책기조의 지속적 추진이 강조되었다.
그중 예년에 비해 특이한 점은 국제해양법 질서의 변화에 따른 대응 외교의 강화, 78년까지 방위산업 기본 사업의 마무리, 대중예술의 과감한 정화 등의 대목이다.
해양법 질서가 해양의 분할과 관리에 바탕을 둔 새로운 질서로 바뀌어감에 따라 전세계 모든 국가의 이해 관계는 일대 변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안보적 측면에서 영해·경제수역·대륙붕 제도의 변화에 하나같이 깊은 이해 관계를 갖고 있다. 특히 2백 해리 경제수역 선언 추세로 우리의 원양어업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이 타격을 가능한 줄이기 위해선 2국간 외교를 강화하고 여러 나라와 어업협정을 체결하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우리 북양어업의 중심 해역인「캄차카」반도 부근이 소련연안 2백 해리 이내이기 때문에 난관에 부닥칠 처지다. 대공산권 외교란 우리 외교의 한계를 극복하는 더욱 끈기 있고 치밀한 도전이 계속되어야 할 이유라 하겠다.
시정연설에서 다시 강조된 대중예술의 정화는 정부가 진작부터 추진해오던 시책이다. 사회기강을 해치고 국민의 심성에 해독이 될 퇴폐적 성향을 퇴치해야 한다는데 이론이 있을 수는 없다. 다만 문제는 퇴폐의 기준과 퇴치의 방법에 있다. 어느 나라에서나 일견 퇴폐적인 듯 하면서도 높은 예술적 가치를 공인 받은 예술작품이 없지 않았다는 사실은 퇴폐의 기준이 얼마나 가리기 어려운가를 보여준다. 따라서 퇴폐의 추방이나 대중예술의 정화에 있어서는 되도록 전문가들의 의견이 폭넓게 존중되어 관료들에 의한 독선이 없도록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한편 세계경제는 경기가 회복되는 가운데「인플레」요인이 도사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보호주의 경향이 심화하고 있어 수출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시정연설은 이를 토대로 해서 국내 경제정책의 큰 테두리를 밝혔다.
77년도 경제정책을 집행하는 구체적인 재정 수단으로서의 예산안은 첫째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예산이며, 둘째 경제개발의 적극 지원과 사회개발을 촉진하는 예산이며, 세째 국민생활의 안정과 복지향상에 역점을 두는 동시에 공무원 처우 개선을 가한 예산이며, 네째 재정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예산제도와 세제를 개선한 예산으로 시정연설은 규정하고 있다.
77년도 예산은 특히 제4차 5개년 계획의 착수를 구체화시키는 예산이기 때문에 시정연설은 81년의 설계와 밀접히 연관된 장기「비전」을 제시하고 있어 예년의 시정연설보다는 차원이 한층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그 동안 80년대 초에 수출 1백억「달러」·1인당 GNP 1천「달러」를 예상하고 경제정책을 추진해 왔으나, 막상 4차 5개년 계획을 구체적으로 착수하는 마당에서는 이를 다시 상향 조정해야할 만큼 경제건설 면에서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80년대 초의 수출 목표는 다시 배가되어 2백억「달러」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고, 1인당 GNP는 1천「달러」에서 1천 3백「달러」로 조정되고 있다.
또 내년도 GNP 성장률도 9%로 계획했던 것을 10%선으로 조정하여 4차 개년 계획의 조기 달성을 시정연설은 시사하고 있다. 4차 5개년 계획은 성장·능률 그리고 형평을 개발 이념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시정연설은 ①수출산업 전반에 대한 투자확대와 기술혁신 ②국산화의 촉진 ③식량 증산 ④공업구조의 고도화, 특히 기계공업의 중점 육성 ⑤사회자본의 충실화 ⑥과학기술 진흥으로 구체화시키고 있다.
또 국민의 지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사회개발 분야는 제약된 재원의 애로가 있어 흡족한 것은 아니지만, 임대주택 및 소규모주택 공급의 확대, 상수도 시설의 확충, 그리고 의료비의 정부 부담 착수 등 비교적 시급한 부분부터 풀어나갈 방침임을 밝히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시정연설에서 주목을 끄는 부분은 대통령이 직접『공해로부터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세심한 배려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약속한 대목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 동안 우리는 공해보다는 성장을 우선하여 왔기 때문에 공해에 관해서 언급하는 것조차 일종의 금기였다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그 결과 공해의 축적과 그 파급으로 국민보건에 현실적인 위협이 증대하고 있는가 하면 생활환경이 구체적으로 파괴되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사태는 물질적인 성장과 쾌적한 생활을 공존시킬 수 있는 국면으로 바뀌고 있음이 시정연설로 분명해지고 있으며 국민은 이 점을 크게 환영할 것이 분명하다. 우리가 경제건설을 서두르는 궁극적인 목적이 쾌적한 생활과 궁핍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2대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한 것이라면 성장과 환경은 대체되어서는 아니 된다는 명제를 이제부터라도 투철히 인식해서 차질이 없도록 정책은 깊이 배려해야 할 것이며, 이 점 공해발생의 주요 원천이라 할 산업계도 깊이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시정연설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있음을 시사하고는 있지만 적어도 일반국민이 체험하게 될 경제적인 어려움을 깊이 평가하고 이를 공개함으로써 국민의 적극적인 협조의 바탕을 마련하도록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점에 관해서는 앞으로 소관부처에서 시책을 구체적으로 전개시키는 과정에서 국민과 대화하고, 보다 적극적인 이해를 구하는 방법으로 보완되었으면 한다. 오늘날 고도성장의 지속으로 국민경제의 저력이 축적되고 물질적인 생활수준이 평균적으로는 크게 향상되고 있으나 경제적으로 불안정 요인이 어느 때 보다도 심각한 문제로 내재되어 있으며 이를 어떤 방법으로 극복해 나갈 것이냐를 정부는 보다 친절히 해명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내용이 77년도에 구체적으로 원만히 집행되어 안보태세가 더욱 공고해지는 가운데 착실한 성장과 쾌적한 국민 생활환경이 마련되어 나가기를 기대하여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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