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최석우 신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최근「세계인의 종교 의식」이란 기사를 중앙일보에서 관심 깊게 읽은 일이 있다.
60개국을 대상으로 한 국제 여론조사에 따르면 종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유럽」에서는 크게 줄어들고 있는 반면 미국에서는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었다.
종교와 신앙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도가 높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또한 그것은 신·구교에 공통된 현상이다. 특히 미국의「카톨릭」은 이번 제41차 국제성체대회를 계기로 그들의 놀라운 종교심을 세계에 떨치고 과시할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대회는「카톨릭」의「올림픽」이라 불리고 미국역사상 최대의 종교집회의 하나로 간주될 만큼「필라델피아」에서 만8일 동안 무려 1백만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렸었다.
대회 첫날의 주제는『하느님께 대한 인간의 굶주림』이었다. 만일 이번 대회가「유럽」에서 개최되었더라면 과연 같은 주제가 선택되었을까. 아마도『신이 왜 멀어지고 있는가』「아직도 신앙이 가능한가』같은 주제가 즐겨 선택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늘의 종교는 현대세계로부터 많은 도전을 받고 있다. 도전 가운데서도 신에 대한 신앙가능성 여부에 대한 도전은 가장 위험한 것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오늘의 인간은 신을 죽이고 자신이 운명의 주인을 자처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은 자신을 지나치게 예찬하고 과대평가 하는 나머지 자신을 신격화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있다.
하느님께 대한 신앙에는 자연히 영생에 대한 신앙이 따른다. 하느님이란 반드시 후세에서 상선벌악을 하는 하느님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 대한 신앙이 쇠퇴하는 곳에 영생에 대한 신앙도 필연적으로 약화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현대세계는 지상낙원 건설을 지상의 과제로 내세움으로써 인간에게서 후세를 생각할 여유마저 빼앗아 가고 있다. 과연 영생에 대한 믿음이 인간을 사회적 경제적으로 해방시키는데 장애가 되는 것일까. 이제 천당은 진부한 얘기가 되어버렸는가. 결코 그럴 리가 없다. 성서에 보면 천당은 엄연히 존재한다. 천당은 미래의 목표일뿐만 아니라 현재의 생활자세를 규정하는 중심점이기도 하다.
이렇듯 신과 인간과의 관계를 중요시하면서도 한편 미국의 교회는 복지사회의 건설과 인간의 기아와 비참을 등한시하거나 외면하지 않았다. 여기서도 미국인답게 이론보다는 실현이 중시되었다.
그래서인지 초대된 연사들 가운데는 저명한 웅변가나 학자들의 모습은 별로 보이지 않았고 주로 실전을 위주로 하는 인사들이 초대된 것이 이색적이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인간이 책임져야 할 인간세계의 기아를 대변했다. 예수회의「아루페」총장은 만일 미국의「카톨릭」이 모두 1주에 한번씩만 단식하여도 그것으로 해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식량을 살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미국의 천주교인은 1년 동안 단식하여 절약한 돈으로 쌀을 사서「뱅글라데쉬」로 보냈다.
「브라질」의 유명한「카마라」대주교는 세계가 재물을 불공평하게 나누어 갖는 것은 금세기의「스캔들」이라고 경고했다.
1946년 인도「캘커타」의 빈민가에서 가난한 이와 병자와 임종자에게 봉사해온 65세의 수녀「마더· 테레사」는 이번 대회의 초점인물이 되었다. 「테레사」수녀는 별로 말이 없는 시골 여성에 불과하다.
「복음」이란 진지하게 묵상하고 그대로 생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고 소박하게 말한 적이 있다. 그렇다. 복음이란 생활을 위해있는 것이지 따지거나 또는 저마다의 입장을 변호하고 이론을 정당화하는데 이용되기 위해 있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한국교회사연구소장>
◇필자소개
▲55세 ▲서독「본」대학에서 신학박사 획득 ▲「카톨릭」대학 교수 ▲서울 삼각지 성당 주임신부 ▲현 한국교회사연구소장 ▲저서『신앙과 생활』『병인박해자료연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