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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은 마음가짐으로 좌우 마음의 안경 바로 쓰고 똑바로 보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일절유심조」라는 말이 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나의 마음가짐 하나 하나에 좌우된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마음은 자아의 주체요, 인생의 근본이다. 뿐만 아니라 이 마음이 일체의 근원이기도하다. 우리들이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으며, 혀로 맛을 보고, 몸으로 촉감을 느끼며,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는 잠재의식과 손으로 만지는 것, 발로 걸어가는 것, 몸으로 동작하는 것 등 그 모든 것이 마음의 작용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니, 공산주의니 하는 모든 이념을 체계화시키며 또한 종파를 성립시킨 것도 마음의 작용에 의한 것이며 공산주의보다는 민주주의가 좋다는 것이나 「미그」25기를 몰고 온 「벨렝코」중위도 심적인 작용에 의한 것이다. 또한 남을 원망하고 질투하며 심지어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마음의 작용이며 남을 위해서 봉사하는 정신과 인류의 행복을 위해서 무한히 연구하여 인공위성을 화성의 세계까지 올리는 과학자의 마음 등 어느 하나마음의 작용에 의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없다.
먼 옛날 신유시대 원효대사가 의상스님과 함께 중국으로 유학의 길을 떠났다. 그들은 압록강을 건너 요동 땅 어느 곳을 지나다가 날이 저물어 인가가 없어 하는 수 없이 길가의 무덤에 몸을 의지하고 밤을 지내게 되었다. 그리하여 원효는 한잠을 자고 나서 눈을 떠보니 별이 총총한 밤중이었다. 그런데 그는 목이 말라 도무지 참을 수가 없어 물을 찾기 위하여 더듬었다. 다행히 흰 그릇에 물이 반쯤 괴어있음을 손가락으로 확인했다. 원효는 어두운 가운데 물을 발견한 기꺼움을 금치 못하여 무슨 물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단숨에 들이 마셨다. 그 때의 그 맛은 하늘에서 내린 감로 수와도 비교할 수 없었다.
원효는 날이 밝은 다음, 지난밤에 먹었던 물그릇을 보니 그것은 다름 아닌 해골바가지에 괸 빗물이었다. 이를 본 원효는 메스꺼워 구역질이 나고 기분이 나빴다. 이때 원효는 마음을 관희해 보았다. 어젯밤에 이 물을 마실 적에는 한없는 희열을 느꼈는데 지금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일까?
『선하심후하심』, 즉 어젯밤에 기뻤던 마음은 무슨 마음이며, 또한 현재의 이같이 언짢게 생각하는 무슨 마음인가 하고 명상에 잠겼다. 그리하여 그는 심생고로 종종법생 하고 심감고로 종종법감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이 일절유심조의 이치를 터득한 원효는 구태여 중국까지 가서 유학할 필요가 없음을 알고, 그 길로 귀국하여 신라불교중흥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참으로 모든 것은 마음으로부터 이루어진다. 부처님 말씀에 행복도 마음에서, 불행도 마음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일심을 찾아야한다고 했다. 이 일심을 깨달으면 부처님이고, 이를 알지 못하면 중생이라고 하셨다. 또 한 화엄경에서는 마음과 부처님과 중생, 이 셋이 동등하여 차별이 없다 하였으며, 금강경에서도 진리, 즉 우리들의 마음은 평등하여 동등한 근원이라 하였다.
이 마음은 삼 세의 시간을 초월하고 시방의 공간을 벗어났으며 작기로는 지극히 작은 위성 속에 들어가고, 크기로는 온 우주를 둘러 쌀 수 있다고 하였다. 우리들은 이 마음의 안경을 바로 쓰고 실상을 똑바로 보아야한다. 이 마음의 안경에 때로는 사랑·미움·만족·불평·감사·원망·천당·지옥·정토·예토·행복·불행들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기에 우리는 마음을 관희해서 마음의 무한한 능력을 발휘하여 사회를 정화하며 복된 삶을 영위해야 할 것이다. 【이진관(동국대교수)】

<필자약력>▲32년생 ▲63년 마산대 종교과 졸업 ▲69년 동국대 대학원 졸업 ▲72년 동국대 박사 과정수료 ▲70∼72년 해인사 주지 ▲75년 동국대 승가학과 전구 ▲76년9월 『남북 전 육부 율장 비교연구』로 철학박사학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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