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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친척들도 격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옥포=이현천기자】피납 소동으로 고국방문건을 놓친 조총련계 재일동포 강영희양의 고국 친척들은 3일 혈육의 정마저 갈라놓은 조총련 만행에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다.
전북 옥천군 낙현면 대정리210에 사는 영희양의 작은아버지 강근병씨(47)는 4일 작년 9월과 12월에 보내온 조카 강양의 편지2통을 껴안고 『풀려 나왔다니 천만 다행이다. 그러나 혈육을 찾으려는 간절한 소망을 이렇게 갈라놓을 수 있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강양의 친척들에 따르면 강양의 아버지 기병씨(54)는 32년전 공부를 하러 일본에 건너간 뒤 소식이 끊겼다가 작년 재일동포 모국방문 주선운동이 벌어지면서 편지왕래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강양이 작년 9월6일 작은아버지에게 보낸 한글로 된 편지에는『작은아버지, 편지 고맙습니다. 저의 이름은 영희라고 합니다. 오빠는 3명 있고 동생이 1명 있습니다. 아버지가 작은아버지 편지를 읽고 무척 기뻐하고 계십니다. 아버지가 지금까지 연락 안했던 것은 저희들은 잘 모르지만 여러 가지 일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렇게 할머니와 작은아버지 소식을 듣고 저희도 이렇게 많은 친척이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주 기뻤습니다. 하루 빨리 할머니와 작은아버지, 친척들과 만나고 싶습니다』라고 되어있고 12월18일자 할머니 앞으로 보낸 엽서에선『아버지가 하루빨리 모두가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히고 『겨울이 다가 오는데 몸조심 해주세요』라고 육친의 정을 보이기도 했다.
강양의 편지는 한글로 차분히 또박 또박 썼으며 맞춤법·띄어쓰기도 놀라울 정도로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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