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드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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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천녀화』는 대원군 치하에서의 쇄국주의와 개국 론 사이의 갈등을 치밀하게 다루었으며 「텔리비젼·드라마」가 요구하는 재미와「스토리」를 전개하면서 적절한 사상적 양식까지도 곁들이는데 성공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높은 견식과 그것들을 펴 나간 여유 있는 태도다. 이만한 작가를 발굴한 것은 대단한 소득이며 무진장한 능력이 숨어 있는 큰 광맥이다. 감히 10년만에 한사람 나올까 말까 한 역량 있는 작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스토리」운행의 완 만성 구성상의 미비점 등은 보완해야 할 점이다.
『천녀화』는 우리나라 TV「드라마」사상 장편「드라마」로선 최초의 당선작품이라는데 또 하나의 큰 의의가 있다.『들에 백합』은 현대극이었다. 전위의식마저 깃들인 많은 좋은 대사와 인물들을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방송극의 방향에 대해 큰 오해와 빗나간 계산을 하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능력 있는 작가로 언젠가는 빛을 보리라 믿는다.
『파란 능금』은 결심에 오른 3편의 작품 중에서, 제목처럼 가장 미숙한 작품이었다. 한 사람에게 3∼5분의 긴 대사를 줌으로써 TV「드라마」가 어떠한 것인지를 잘 모른다는 증거를 남겨 주었다.
요컨대 이번 작품모집은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믿으며『천녀화』는 반드시 화제작이 되리라 확신한다. <신봉승·조남사·한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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