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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행증거에 뻔뻔한 억지|살인현장 낱낱이 사진제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간악하고 뻔뻔스런북괴였다. 잔인한살육 행위릍 저지르고도 도리어 억지와 생떼로 떤전만 피웠다. 엉뚱한 조건을 내세우며 5시간이나 회의참석을 거부하던 북괴들은「유엔」군측의 신랄한 추궁에 겸연쩍은 나머지 당치도않은 각본으로 만행의 책임을 우리측에 덮어씌우려했다. 3백79차 군사정전위본회의와 경비장교회의가 열린 판문점에는 북괴병들의 살기찬 표정으로 한층 샅벌했고 전례없는 긴장과 냉기가 감돌았다.

<회의지연>
「유엔」군측은 상오11시에 회의를 열자고 요청했으나 북괴는「유엔」군측의 항의가 두려웠는지 낮12시가 되도록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서울과 동경에서 모여든 72명의 내외기자들은 억수같이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북괴의 만행을 세계에 알리기위해 끈질기게 참으며 기다렸다. 이때까지 북괴병들은 단한명도 회담장에나타나지 앓았다다.
낮12시3분쯤 북괴는 느닷없이 경비장교회의를 열자고 억지조건을내세웠다. 「유엔」군축은 『사태의 성격이 중대한 만큼 본회의를 안열고 경비장교회의만 연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즉각 반대하고 『본회의와 경비장교회의를 하오1시에 동시에 열자』고 수경제의했다.
북괴는「유엔」군측 수경제의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가 하오1시10분쯤에야 『하오4시에 본회의와 경비장교회의를 함께열자』 고 제의, 「유엔」 군측에서 이를수락했다.

<회의장>
하오3시30분, 폭우가 멈추자 북괴병들은 요란한 장화소리를 내며 줄지어 나타났다. 「경무」라고 쓰인 완장을 두른 북괴병사들은 회담장 북쪽 판문점앞에 진을치듯 둘러서 살기등등한 표점으로「자유의집」쪽을 노려보았다. 이들은 간간 말에 힘을주고 주먹을 휘두르며 『죽인다』 고 중얼거리기도 했다.
회담약속시간인 하오 4시쯤 북괴병사들을 앞세운 북괴군장교 5명이 나타났다.
이들은 미리 대기 중이던「유엔」군장교 앞으로 걸어오다 군사분계선 앞에서 멈추었다.
이례적인 옥의경비장교회의를 위해 버티어선 자세로 대형을 짓고 마주 선것이다.
본회의장안에 양측 대표가 마주 앉은것은 하오4시2분전. 목에 힘을준 북괴수석대표한주경 은 앉자마자 초조한 듯 담배를 피워 물었다.
하오 4시정각 「플러든」소장이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북괴의 만행을 항의하기 시작했다.. 한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애써 태연한척했다.
「플러든」 소장이 15장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래도 부인할수 있겠는가』하고 추궁하자 한은『사진을 그렇게 많이 찍은 것을 보니「유엔 군측이 계획적인 도발을 하기위해 준비했다』고 억지를썼다.
「플러든」 소장이 제시한 사진은 북괴장교1명이 싸움하기전에 말뚝시계를 풀어손수건에싸 주머니에넣는 장면부터 다른장교1명이 발목을 걷는장면 등으로 시작됐다. 이때 우리경비병들은전혀 이를 의식하지 못하고 작업지시를 계속하고있는 모습이었다. 또다른 사진들은 북괴병 5명이 달려들어「유엔」군측장교를 때리는 장면, 도끼를든 북괴병, 돌멩이를 집어든 북괴병등이었다.
「플러든」 소장은 『나무가지를 자르는 평화적인 사용을 목적으로한 기구를 당신들은 살인무기로 사용했다』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약30분동안 「플러드」소장의 1차발언으로 북괴의 만행이 낱낱이 지적되고 갖가지 구체적인 증거가 제시되는동안 북괴측은 꼼짝 않고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한의 발언 차례가 돌아오자 예상대로 적반하장의 각본을 되뇌었다
한은『우리가 길러놓은 가로수를 잘라 30분간이나 말렸으나 듣지않아「자위조치」를 취했다』고 엉뚱한 말을 했다. 「플러든」소장이 『세계가 다 본 진실을 당신에게만 유리하게 말할수 있는가』하며 정면으로 쏘아보자 평소 눈초리가 사납기로 이름난 한은 땀투성이가 된채 초점을 잃고 얼굴마저 마주들지 못했다.

<회의장주변>
북괴기자들은 여느때와는 달리 판문점쪽에서 자기네끼리만 모여 우리쪽을 멀리 내려다보며 수군거리고만 있었다.
회의가 시작되자 북괴기자들은 회의장으로 몰려오긴 했으나 자기들끼리 몰려다닐뿐 회의장 안쪽도 들여다보지 않고 우리측 기자들에게 말도걸어 오지않았다.「유엔」군측 경비병들은 모두방탄 조끼까지 껴입은 완전 무장상태였다. 북괴경비병들도 전처럼「유엔」군측에 접근하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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