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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 빠져 살던 22세 아빠 … 2살 아기 굶겨 죽여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고교 중퇴. PC방 아르바이트. 게임중독….' 경북 구미시에 사는 정모(22)씨의 이력이다. 10대 후반부터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일주일치 돈을 받으면, 일주일을 온라인 슈팅(총으로 상대를 쏘는) 게임에 빠져 살고, 막일을 해서 일당을 받으면 돈이 떨어질 때까지 게임만 하는 생활을 반복했다.

2010년 PC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부인(21)을 만나 18평 전세 아파트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2011년 말엔 아들을 낳았고, 2012년엔 혼인 신고도 했다. 그러나 그의 생활은 변하지 않았다.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부인은 지난 2월 구미의 공장에 취직해 기숙사로 들어가 버렸다. 아들과 남은 정씨는 집에 있던 가전제품을 인터넷에 내다 팔았다. 돈을 만들어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다.

정씨는 지난 2월24일부터 3일간 아들을 혼자 집에 두고, PC방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3일 뒤 돌아왔을 때 아기가 배가 고파 울며 보채자, 먹던 된장찌개와 육개장 등을 떠먹였다. 이틀을 이렇게 보내고 지난달 1일 다시 PC방으로 갔다. 이번엔 7일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부인이 휴대전화로 연락해 아기 안부를 물으면 "부모님 집에 데려 놨다"는 등의 핑계를 댔다.

이 달 7일 정씨가 집에 갔을 때 2살짜리 아들은 숨을 쉬지 않았다.시신은 이미 부패한 상태였다. 정씨는 전셋집을 정리하고 돔아갈 요량으로 집을 내놨다. 누군가 집을 보러 오면 아들 시신을 담요에 말아 베란다에 내놨다. 이달 11일까지 35일간 이런 식으로 시신을 방치했다. 11일 오전 정씨는 100L 봉투에 아들의 시신을 담아 집에서 1.5㎞ 떨어진 곳에 버렸다.

이때쯤 부인이 아기 소식을 캐묻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미심쩍어서였다. 정씨는 "대구의 아는 집에 맡겼다"고 했으나 아기가 그곳에 없다는 것을 확인한 부인은 정씨와 함께 13일 오전 3시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 정씨는 경찰에서 "동대구역에서 노숙을 하던 중 아기가 없어졌다"는 둥, "아이와 물에 뛰어들었다"는 둥 계속 말을 바꿨다. 수상히 여긴 경찰은 정씨를 집중 추궁해 결국 자백을 받아냈다. 시신은 정씨가 버렸다고 한 장소에서 이날 오후 3시40분 발견됐다.

정씨는 경찰에서 "인간으로 못할 짓을 했다"고 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또 정씨가 아기를 살해한 것은 아닌지 부검을 실시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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