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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 기념비 日에 세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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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 이황(1501~1570) 선생의 학덕을 기리는 비석(높이 5.16m, 무게 1.7t.사진)이 일본에 처음으로 세워졌다. 일본 후쿠오카(福岡)현에 있는 정행사(正行寺) 경내에 7월 25일 건립된 이 비석의 앞면엔 '이퇴계선생현창비(李退溪先生顯彰碑)'라 쓰여 있다. 뒤편엔 일본어로 퇴계 사상의 개요와 함께 "학은(學恩)에 보답하고자 한다"고 밝혀 놓았다. 제막식은 11월께 열린다.

일본의 '이퇴계를 배우는 학회'가 비용 마련 등 비석을 건립하는 데 중심이 됐다. 호소카와 전 일본 총리의 부인 호소카와 가요코(細川佳代子) 여사는 이 학회의 초대 회장을 맡으며 중추적 역할을 했다.

1593년 설립된 정행사는 정토진종(淨土眞宗)의 고찰로서 국제교류에 적극 노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계 후손인 이동승 서울대 명예교수는 "정행사는 일본 왕실의 불사가 이루어지는 절이며, 이곳에 있는 아악어당(雅樂御堂)은 일본 왕실 음악을 주관하는 곳이므로 일본으로 보면 일종의 성지"라면서 "아악어당 바로 앞에 퇴계 선생 비문이 세워지는 것은 그 의미가 작지 않다"고 말했다.

비석에 쓰인 돌은 충남 보령에서 채취한 오석(烏石)으로 한국의 퇴계 후손들이 마련했다. 일본에서 생산되는 돌은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후손들도 뭔가 기여하게 해달라고 일본 주최 측에 요청했다고 한다.

'이퇴계를 배우는 학회'의 부회장이기도 한 정행사 주지 죽원 지명(竹原 智明) 스님은 퇴계 사상을 연속적으로 강의하기 위해 아악어당에 임시로 '경신학림(敬信學林)'이란 현판을 세웠고 조만간 별도의 건물을 지을 예정이라고 한다.

퇴계 선생 비석과 경신학림의 설립으로 정행사는 일본 퇴계학의 중심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교수는 "아직 제막식도 안했는데 참배 관광객이 하루 2백명씩 찾아 오고, 일본 측에선 문화재로 지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말했다.

배영대 기자
기사제공 : 중앙일보 (http://www.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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