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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이 쏘아올린 축포, 나성을 흔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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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12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LA 코리아 페스티벌에서 전 출연진이 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한인 미주 이민 111주년을 기념해 열린 이번 행사의 피날레다. [사진 KBS]

“세계 속의 한국이 아니라 한국 속의 세계입니다!”

 K팝에 넋을 잃은 4만의 관객 앞에서 송해(89)는 달뜬 얼굴로 소리쳤다. 그가 서 있는 미국 땅은 111년 전 그저 낯선 불모지였다. 사탕수수 노동자로 하와이에 첫 발을 내디딘 101명이 오늘날 300만 명이 되는 동안 한국문화는 세계 곳곳으로 번져나갔다. 12일 오후 7시(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메모리얼 콜리세움에서 열린 ‘한인 미주 이주 111주년 LA코리아 페스티벌’은 그 세월과 성장의 진폭을 한눈에 확인하는 자리였다.

 KBS가 주최하고 LA한인회가 후원하는 이 행사는 LA에서 열린 K팝 콘서트 중 최대 규모였다.

3시간 가까이 이어진 공연은 13팀의 전 출연진이 세샘트리오의 ‘나성에 가면’(1978)을 부르며 시작됐다. ‘나성(羅城)’은 LA의 한자식 표현으로 작곡가 길옥윤(1927~95)이 이민자가 폭발적으로 늘던 70년대의 세태를 반영해 만든 곡이다. 가수들이 이주 111주년을 기념하며 “나성에 가면 편지를 써주세요”라고 선창하자, 태극기와 성조기를 동시에 든 팬들은 “안녕, 안녕, 내사랑”을 합창하며 화답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이민 1세대부터 해외팬까지 세대와 국적을 가로질렀다. 한국을 그리워하는 어르신들은 송해가 부르는 ‘타향살이’에 눈시울을 붉혔고, 한국어보다 영어가 더 익숙한 10대 팬들은 샤이니·2PM·씨스타 등 아이돌 그룹 앞에서 자지러지며 봄밤을 만끽했다.

LA에서 나고 자란 재미동포 가수 박정현(38)의 무대도 남달랐다. 공연 직전 만난 그는 “해외팬들이 주는 에너지는 내 어린시절에 느껴볼 수 없었던 것이다. 10년 전 만해도 작은 공원에서 노래했는데, 올림픽이 열렸던 역사적인 장소에 설 수 있다는 것이 감동적이고 자랑스럽다”라고 감탄했다.

 클라이막스는 이미 수차례의 월드투어로 전세계 팬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의 무대였다.

관객들은 한국어로 ‘떼창’을 하는 것은 물론 절도있는 칼군무에 폭발할 듯한 함성으로 보답했다. 이민 1세대인 배무한 한인회장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전세계에서 가장 큰 한인 커뮤니티로 발전시켜온 우리를 위로하고 큰 기쁨을 전해준 무대”라고 전했다.

 설운도·백지영·김태우·인피니트·걸스데이·국악소녀 송소희 등도 출연하는 이 공연은 5월 2일 밤 11시 10분 KBS 2TV에서 방송한다.

LA=김효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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