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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춤·연주·매너 무결점 아티스트 관객들 ‘떼창’ 화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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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호 24면

2010년으로 기억한다. B.O.B의 ‘Nothing on you’가 라디오에서 빈번히 흘러나왔다. 몇 달 지나 그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브루노 마스’라는 이름을 언급하는 이들이 늘기 시작했다. ‘Nothing on you’의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였고, 그 또한 가수였다. 당시 우리 팝 시장은 제이슨 므라즈와 마룬 파이브가 양분하고 있었다. 브루노 마스의 첫 싱글 ‘Just the way you are’가 아무리 주목받는다 한들, 그가 ‘꿀 성대’로 불리며 호기심을 자극한다 한들 들이는 것만 들이는 이 땅의 완고한 팝 차트를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8일 열린 브루노 마스 첫 내한공연

그러나 달랐다. 노래는 연일 라디오 신청곡 게시판과 선곡표를 채웠다. 아니나 다를까 2010년 발매된 1집 ‘Doo-Wops & Hooligans’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팝 데뷔앨범이 됐다.

브루노 마스(Bruno Mars·29)는 현재 가장 핫한 뮤지션이다. 빌보드에서의 화려한 성적은 물론 그래미 2개 부문 수상, 몇 달 전에는 최연소 공연자로 수퍼볼 하프타임 무대에도 올랐다. 정규앨범 단 2장으로 이뤄낸 성과다.

한창 정상을 누비고 있는 해외 아티스트가 먼 한국 땅까지 돌아볼 시간이 있을까. 몇 년 뒤라도 와주면 다행이라고 마음 다독이던 어느 날, 놀랍게도 첫 내한소식이 떴다. 나와 마찬가지로 얼마나 많은 음악팬이 환호했는지는 예매 티켓이 오픈 되는 날 확인할 수 있었다. 티켓이 풀린 당일 1만 3000여 석이 모두 매진되었다는 사실로 말이다.

8일 올림픽 체조 경기장으로 종종거리는 발걸음이 물결을 쳤다. 불빛이 요란하게 깜빡이는 머리띠를 두른 여학생 무리들, 다정하게 손잡고 공연 현수막을 배경으로 사진 찍는 연인들, 머천다이즈 티셔츠를 몸에 맞춰보는 머리 희끗희끗한 중년부부. 공연장을 채운 관객은 20~30대가 대다수였지만 예상보다 세대가 고루 분포되어 있어 남다른 인기를 실감케 했다.

오후 8시 예정인 공연은 관객 입장으로 조금 지연된 탓인지 20분에 시작됐다. 귀를 때리는 둔탁한 리듬을 신호로 관객석의 불이 꺼지자 수천 개의 야광봉이 모습을 드러냈다. 함성은 아이돌 그룹을 맞이한 소녀 팬들의 열광 이상으로 폭발적이었다. 당황과 기대로 가슴이 뛰었다. 옆자리의 덩치 큰 남학생도 있는 힘을 다 짜내어 “브루노 마스”를 외쳐대고 있었다.

무대를 가려둔 막에는 야자수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The Moonshine Jungle Tour’라는 공연 타이틀과 브루노 마스의 고향 하와이를 잇따라 연상시키는 깜찍한 아이디어였다. ‘Moonshine’으로 출발해 ‘Natalie’까지 이어 부른 후 그는 짧고 위트 있는 첫 인사를 건넸다. “춤추고 몸을 흔듭시다!!”

곧바로 ‘Treasure’ ‘Billionaire’ 등 귀에 익은 곡들이 올림픽 공원을 달구어 나갔다. 주인공을 중심에 두고 나란히 줄지어 선 밴드 ‘훌리건스’ 멤버들은 짠 듯 안 짠 듯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춤을 췄다. 관객들은 떼창하랴 춤 따라하랴 연신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그는 정말이지 재주 많은 사람이었다. ‘If I knew’​ ‘When I was your man’을 부를 땐 소울 보컬의 극을 보여주는가 하면, 모자를 어루만지고 복잡한 스텝을 밟으며 골반을 돌릴 땐 영락없는 마이클 잭슨이었다. 미국 SNL에 게스트로 초대되어 마이클 잭슨 외 여러 팝스타 흉내를 내며 웃던 모습이 겹쳐졌다. 본 무대에서 틈틈이 기타를 치고 앙코르에서 스틱을 돌려가며 드럼을 울릴 땐 연주자로서의 진지함도 보였다. 노래, 춤, 연주, 무대 매너 무엇 하나 브루노 마스로부터 벗어난 게 없었다. 자신을 보여주는 데에 이토록 즐거워하는 모습이라니.

브루노 마스와 밴드 훌리건스, 1만3000여 관객들은 시종일관 같은 박자로 달렸다. 보여주는 사람과 보는 사람이 따로 없었다. 이 100여 분을 위해 얼마나 많은 준비를 했을까 상상해 봤지만 어쩐지 그 과정도 그리 힘들진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뮤지션으로서 그와 그들이 느끼는 감사와 행복이 여과 없이 전해졌달까. 거대한 함성과 떼창에 감동받았을 게 분명한 부르노 마스의 두 번째 내한 공연을 벌써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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