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알 권리 제한하는 '新 취재지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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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 정부는 집권 초부터 언론을 개혁의 대상으로 선정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려고 노력해온 우리 언론에 대해 새 정부가 그 공과를 면밀하게 검토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개혁하려는 듯한 자세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언론의 관행 중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 것은 당연히 비판받아야 하고 그런 관행은 개선돼야 마땅하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과 개혁이 언론자유의 보장이라는 본질을 침해해서는 안된다.

국정홍보처가 마련한 '기자실 개선 및 정례브리핑제도'의 본질은 정부가 내세우는 것과는 달리 언론의 진정한 개혁을 통한 국민의 알 권리 신장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는 기자실 개방과 브리핑제도의 도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정부가 브리핑을 1주에 한번 하든 두번 하든 자체적인 판단에 따라 진행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신제도의 도입과 함께 강행하고자 하는 취재제한 방침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언론에 대한 불신감을 바탕에 깔고 이루어진 취재의 제한은 정권에 유리한 자료와 정보만을 일방적으로 흐르게 하는 정권 홍보의 방편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라크 전쟁을 예로 들어보자. 미군은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또 엄청난 양의 공보자료를 제공한다. 하지만 이러한 브리핑과 미군의 자료에만 의존하는 보도는 정보의 일방적 소통일 뿐이다.

브리핑 제도만으로는 국민의 알 권리와 언론자유를 적극적이고 포괄적으로 보장할 수 없다. 선진국 수준에 턱없이 모자란 정보 공개 수준은 별도로 하더라도 적극적 취재협조의 자세가 없는 브리핑은 정보의 소통이 아닌 홍보일 뿐이다. 그리고 그러한 폐해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 보도와 같은 언론이 이룩한 각종 특종들은 일방적인 정보의 소통을 거부하고 언론자유를 끈질기게 추구한 결과물들이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언론이 투쟁해온 전통이 부정되고 '소주 파티'의 산물인 것처럼 몰아가는 것은 정권 편의를 위한 포퓰리즘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