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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당과 군소정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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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나라에는 법적으로 4개의 정당이 존재한다.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공화당·신민당·통일당·통일사회당이 그것이다.
이중 공화당과 신민당을 정당이 아닌 유정회와 함께 정계의 주연이라 한다면 원내3석의 통일당이 중간역을, 의석 없는 사회당은 조연의 선에 서있는 셈.
최근 조선민주당이 창당에 급「피치」를 올려 이 대열에 참여할 뻔했으나 기일내 법정지구당수(25개)를 확보하지 못함으로써 또 한번 낙오했다.

<9대 국회서 발언3회뿐>
신민당에서 진산계와 결별, 독자노선을 걷던 양일동씨가 중심이 되어 73년1월27일 출범한 민주통일당의 현주소는 서울특별시 중구 수하동65의1 K「빌딩」별관3층.
월49만원(겨울철엔 55만원)의 임대료를 내고 78평의 사무실을 당수실·간사장실 등 6개방으로 나눠 쓰고 있다.
전국 73개 선거구중 57곳에 지구당을 두고 있으며 당원은 약10만명선-.
57개 지구당위원장 중(71년 총선에서는 58명을 공천) 박병배·김경인·김록영 의원 등 3명의 현역의원을 포함한, 전·현직의원은 21명.
통일당은 4명의 최고위원으로 구성되는 집단지도체제를 취하고 있으며 양 대표최고위원 이외에 나머지3명의 최고위원은 윤제술·박병배·김선태 씨. 이중 윤씨는 노령과 와병으로 거의 두문불출 상태다.
당의 월 경상비 1백30만원 중 양당수가 1백 만원을, 소속의원 3명이 각10만원씩을 부담하고 있다는 것.
원내 제3당이지만 교섭단체구성 정족수(20명)에는 훨씬 미달하는 석이어서 교섭단체별로 할당되는 정부질문이나 본회의 발언 등에서 소외되기가 일쑤.
김록영 의원에 따르면 9대 국회 후 본회의대정부질문에서 김 의원 자신이 2회, 김경인 의원이 1회 기회를 얻었을 뿐 박병배 의원에게는 한번의 기회도 없었다고 한다.
공식적인 당 활동으로는 1주일에 한번 당 정치위원회(공화당 당무회의·신민당 정무회의와 같은 기구)가 열리지만 회의내용이 일반에 알려지는 일은 거의 없다.
거의 유일한 대외적 활동은 양당수의 기자회견과 월1회의 당보 발행, 김록영 대변인의 성명발표 정도.

<"총선서 신민 능가 자신">
통일당이 당면 최대 과재로 추진중인(?) 사업은 재야통합. 지난 75년의 2차 전당대회는 재야통합의 원칙을 결의하고 이에 필요한 일재의 권한을 양 당수에게 일임하여 「언제라도 통합에 응할 수 있는 태세」를 완비하고 있다.
지난해 신민당파의 흡수 합당론이 나왔을 때도 이의 없이 받아들일 용의를 밝힌 적도 있다.
79년 총선거에 앞선 정계개편론이 양당수의 평소 지론. 막강한 여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재야 총 단결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그러나 불행히 현재의 상태로 79년 총선거를 맞을 경우에도 통일당은 원내의석경쟁에서 신민당을 능가할 수 있다는 양당수의 호언이다. 오늘날 주류·비주류로 나뉘어 내분에 빠진 신민당보다는 통일당에 표가 몰린다는 계산.

<위원장 혼자 사무실 지켜>
현존 정당가운데 가장 미약하고 시련에 부딪친 당이 통일사회당.
민주사회주의를 내건 유일한 정당인 사회당은 현재 당의 사실상 지주인 김철 고문과 이형실 대변인이 복역 중에 있어 안필수 위원장만이 외롭게 사무실을 지키는 형편이다.
보증금 50만원에 월세 5만원의 서울 중구 동자동의 17평짜리 사무실엔 그저 전화 한대가 큰 재산.
지구당 28개가 있다고 하지만 당 활동은 거의 없는 상태로 안 위원장 자신 현재는 「침묵기」라고 말하고 있다.

<난입 군소정당 거의 소멸>
63, 67, 71년 당선 때 우후죽순같이 난립했던 이른바 군소정당들도 국회의원후보자 공천으로 한때 관심을 끌었을 뿐 제대로 기 한번 펴보지 못하고 73년까지는 대부분 사라졌다.
신민회(대표 성보경) 대중당(대표 서민호) 국민당(대표 윤보선)이 73년까지 그나마 명맥을 유지했고 추풍회(대표 오재영) 정민회(대표 변영태·후에 정의당으로 당명을 바꾸어 진복기씨가 대표로 있었다) 자민당(대표 이종윤)이 71년에, 신흥당(대표 장리석)과 보수당(대표 김명윤)이 65년과 66년에 각각 소멸되었고 조재천씨가 유지하던 민주당은 70년에 해산.
그 가운데서 고당 조만식 선생의 유지를 계승, 최근 창당을 위해 안간힘을 썼던 조선민주당창당준비위원회(위원장 조연명)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한 채 7월24일자로 소멸되고 말았다.
7월20일 창당대회를 목표로 18개 지구당등록을 끝내는 등 사력을 다했으나 법정 25개 지구당을 만들지 못했다.
조직국장이었던 이석을씨가 말하는 와해요인의 첫째는 돈.
26개 지구당창당을 목표로 1개 지구에 조직비로 15만원씩을 책정했었으나 이 정도 가지고는 어림도 없다는 것.
당원 한사람포섭에도 소주 값·차 값 등 부대비용이 의외로 많이 드는데다 원주 지구당 같은데서는 집단 입당했던 20명이 등록을 하려고 할 무렵 이유 없이 집단 탈퇴해버렸고 강원도 어느 지구당에서는 신민당을 하는 모씨가 조직을 책임져 주겠다고 하여 조직비 7만여원을 축내놓고는 무소식이었다고 했다.
『여러 곳에서 신민당 당원들이 자기들 당내분과 조민당 창당이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것처럼 얘기를 퍼뜨려 애를 먹었다』고 말하는 준위간부들은 신민당에 대해서도 원성이 많다.
이들은 그동안 정가에서 떠돌던 이상한 잡음들과는 절대무관이라고 강조하면서 『오히려 조 위원장 같은 이는 8백 만원을 끌어 내다보니 사채를 3백 만원이나 끌어안고 의기소침해서 두문불출』이라고 해명.
여하튼 24일로 준위간판도 떼어버린 이들은 다시 창당을 시도할 것인지도 생각할 여력이 없을 만큼 탈진상태.
군소정당을 발판으로 대통령선거에 출마했던 변영태·오재영·장리석·성보경씨 등은 이미 타계했거나 일반에게 소식이 잘 알려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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