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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회사의 경영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증권거래법의 대폭적인 개정은 현행증시체제 개편의 필요성에 비추어 시의를 얻고 있다. 지금의 증시체제는 지난 62년에 제정된 증권거래법의 지배를 받고 있어 현실과 어긋나거나 불합리한 요소가 많았다. 특히 최근 수년간은 시중의 증권 「붐」이 많이 고조되어 증시의 거래환경도 크게 변모하였다. 거래량과 종류가 비약적으로 늘어난 만큼 각종 부작용이나 부당 행위도 늘어남으로써 어차피 대폭적인 손질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재무부가 마련한 증권거래법 개정안은 이런 사정 때문에 그 손질의 폭이 매우 넓고 대담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주는 전체적인 인상은 증시관리체제의 대폭적인 강화로 집약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투자자와 기업주를 동시에 보호한다는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있어 비교적 쉽게 납득할 수 있다.
이 개정안의 큰 줄거리를 이루는 안전경영권의 보장은 기업공개가 본격화하면서 그 필요성이 증대되어 왔다. 아마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업공개로 인해 경영권이 침해당할까 보아 가장 큰 우려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도 현행법상으로는 그러한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되기 어렵게 되어있던 게 사실이다. 이번 개정안이 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여 창업주나 대주주도 모르는 사이에 기업을 가로채는 사태를 막으려한 것은 따라서 적절한 조처다.
이런 제도는 경영권의 안전을 보장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기업공개를 촉진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다만 상장법인의 주식분산을 유지하기 위해 지주율 제한할 경우 경영의 안전이나 공개도의 유지심화에는 큰 도움이 되겠지만, 주식의 원활한 유통에는 오히려 장애가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주율의 제한은 이런 양면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결정되어야할 것이다.
또 하나의 큰 줄거리를 이루는 투자자보호조치와 공정거래의 강화는 거의 혁신적이라 할만큼 과감한 개정이다. 상장법인의 허술한 사후관리와 공정하지 못한 거래 때문에 선의의 투자가들이 그동안 받아온 피해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투자자가 가장 정밀하게 파악해야될 상장기업의 재무구조 변화가 제대로 공시되지 않고, 심지어는 분식결산까지 예사로 이루어지는 풍토 하에서 자본시장의 장기적인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이 공시제도를 엄격히 규정하고 상장법인의 각종 재무관리 기준을, 정해 사후관리를 강화한 것은 당연한 조치다. 다만 배당률이나 적립률의 규제는 너무 경직적으로 운용될 경우 기업경영의 자율성과 마찰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개별기업의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신축성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번의 개정안이 기대하는 증시의 체질개선은 결국 새로 마련되는 증권관리체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는가에 달려 있다. 증권관리위와 감독원의 신설은 적어도 제도적으로는 구각을 한꺼풀 벗는 진전이다. 그러나 좋은 제도가 반드시 좋은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다. 금융통화운영위와 같은 훌륭한 제도가 무실하게 운영되는데서 볼 수 있듯이 요는 제도를 운영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우리는 증권관리위가 일천하고 취약한 국내 자본시장의 발전에 유익하게 기여할 것을 기대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미국의 거래위와 같은 막강한 기능으로써만 가능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모든 증권관계자들과 투자자의 인식이 새로와지고, 그것을 제도가 적절히 뒷받침할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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