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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전쟁] 어린이 전사, 민간인 방패, 자살공격…미군쪽에 '충격과 공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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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나시리야에서 이라크군과 시가전을 벌이던 미 해병대 병사들 앞에 이라크 여성들이 나타났다. 미군이 사격을 멈추자 이들 뒤에 숨어 있던 이라크군이 사격을 가해 10여명의 미군이 부상했다. 심지어 어린이들도 전투에 동원돼 미군에게 총을 쏘고 있다."

미 해병대와 함께 이동하며 전장을 취재 중인 미국 ABC 계열 방송국인 WTVD 기자가 전한 전투상황이다. 외신에 따르면 이라크군은 시가전에서 민간인들을 인간방패로 활용하는 등 변칙적인 전술을 구사하며 미군을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민간인과 적군의 구별이 어려운 시가전에 대한 두려움은 미군 부상병들의 증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독일 란트슈툴의 미군병원으로 후송된 보병 30연대 찰스 호건 병장은 "나시리야 부근 교량에서 민간인들을 조사하기 위해 다가서던 중 '펑'하는 소리와 함께 로켓이 정면으로 날아왔다"며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왼팔을 크게 다친 제이 빌러페인 병장은 "민간인 복장 안에 군복을 입은 이라크인들과 치열한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한 미군 장교는 "포로를 더 이상 수용할 수 없어 총만 뺏고 귀가시킨 이라크 민간인이 다른 전투에서 우리에게 총부리를 들이댄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파치 헬기가 추락한 데 이어 에이브럼스 탱크 두 대가 이라크군에 의해 파괴된 것도 미군을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있다.

미군의 최첨단 무기가 대전차 로켓포(RPG) 등 이라크군의 재래식 무기에 의해 격파된 것은 상대적으로 이라크군의 전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미군 수뇌부도 에이브럼스 탱크가 전투에서 적군에 의해 파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당혹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워싱턴 포스트는 27일 이라크군에 정통한 군사전문가의 말을 인용, "이라크군이 걸프전 이후 각국의 전술운용 자료들을 입수, 치밀하게 연구해 왔다"며 "이라크군의 전력이 12년 전과 똑같을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보도했다.

이라크군의 자살공격 가능성도 미군을 긴장시키고 있다. 이라크 측은 개전 초 자살공격으로 미군의 진격을 저지했다고 발표한 적이 있고, 미군 수뇌부도 이라크군이 자살공격을 감행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라크 내 미 지상군 최고지휘관인 윌리엄 월레스(중장) 5군단 사령관은 "이라크인들은 미군에 대해 자살공격을 감행할 준비가 돼 있으며, 이라크 정부에 충성하는 사람들이 가족을 위협해 전사들을 징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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