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씨 20만弗 수수說 薛의원에 제보… "청와대 대선개입 증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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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 청와대'의 대선 개입 증거인가.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의 20만달러 수수 의혹을 폭로했던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의 법정 진술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薛의원이 1년 가까이 지난 뒤에 폭로자료의 출처가 청와대 김현섭(金賢燮) 전 민정비서관이었다고 27일 증언했기 때문이다.

金전비서관은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이 퇴임한 뒤 미국으로 출국, 현재 워싱턴의 헤리티지재단 연구원으로 있다. 金전비서관은 박지원(朴智元) 전 비서실장의 추천으로 DJ 시절 5년간 청와대 요직을 맡았으며, 朴전실장의 사람으로 분류되곤 했다.

金전비서관은 "薛의원이 얘기했다면 부인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그 문제로 이미 검찰에서 다 조사를 받았다"며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도 했다.

한나라당은 薛의원의 당시 폭로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자 "억장이 무너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영일(金榮馹)사무총장은 28일 "薛의원의 진술로 '20만달러 수수'주장이 청와대의 정치공작이었음이 확연해졌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박지원 전 비서실장과 이재신(李在侁)민정수석이 개입했음이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金총장은 "지난 대선은 청와대를 중심으로 민주당 실세가 주도한 비열한 정치공작이자 희대의 정치 사기극으로 설훈 의원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薛의원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윤여준(尹汝雋)의원은 "사안의 중대성으로 볼 때 金전비서관은 심부름꾼이며 윗선의 개입이 반드시 있었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薛의원이 金전비서관의 자료를 받은 시점은 DJ가 대선의 엄정중립을 선언하며 민주당을 탈당하고, 朴전실장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선거에 간여하지 말 것을 반복적으로 지시하던 때다.

한나라당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난 만큼 金전비서관과 朴전실장 등을 상대로 조직적 개입이 있었는지 검찰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국회 국정조사까지 검토하고 있다.

薛의원은 이날 "金전비서관이 홍걸씨와 관련있는 최규선씨에 관한 자료를 제공해 사실이라고 확신하고 폭로했다"고 했다. 대선과는 관련없는 일이라는 해명이었다.

◇20만달러 수수의혹 내용=薛의원은 지난해 4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2001년 미국 방문 때 윤여준 의원을 통해 미래도시환경 대표인 최규선씨로부터 20만달러를 받았고, 이를 입증할 녹음 테이프를 갖고 있다"고 주장했었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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