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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상의 원류|황원구 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이 책을 처음 펼쳐보는 사람은 약간 의아해 할 것이다. 중국사상사나 철학사에 관한 개설 책이나 논문은 흔히 고대·중세·근세로 나누거나 유가·도가·법가 등으로 구분하여 어려운 한문을 인용하면서 설명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무미건조하고 이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옛 모습을 완전히 탈피하고 있다.
저자(동양사상사·연대교수)가 여러 해에 걸쳐 중국사상사를 강의하면서 항상 핵심이 되는 문제가 무엇인가, 또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가 하는 점에 깊은 관심을 기울여온 결과, 이 같이 새로운 체재로 중국사상사를 엮을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점이 이 책을 높이 평가하는 첫째 이유다.
한편 이 책의 특징은 원과 방의 문제를 다루면서 중국인의 자주관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중국인의 학문관·정치관·생활관에 있어서 각기 핵심이 되는 근본문제를 중국사상에 대한 넓은 식견과 이론으로 서술하고 있다.
셋째로 이와 같이 근본이 되는 어려운 문제를 다루면서도 독자를 이끌어 가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쉬운 문장으로 흥미를 갖고 읽을 수 있도록 저자가 많은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라고 생각된다. 제2장의 첫머리에서 『초사』를 의역하여 인용한 것이 그 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점은 물론 이 책에서는 서양사상이나 한국사상에 대하여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사상의 특성이 잘 부각되어있기 때문에 그들과 쉽게 비교할 수 있다.
또 이 책의 내용과 관련된 8편의 논문이 있고 상세한 색인이 있어서 독자에게 좋은 참고가 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중국사상사에 관한 간단한 연표 또는 도표를 첨부하였더라면 더욱 친절하였을 것이다. 이밖에 간추린 참고문헌도 소개하여 주었으면 한다.
풍부한 내용이 자그마한 책자에 압축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사상의 여러 흐름의 전개와 발전에 대한 자상한 설명을 기대한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고 생각되지만 이점에 대하여는 저자가 또 한 권의 책을 펴낼 것으로 기대한다. <전해종(동양사·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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