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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실록|김영호 편 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소치실록』의 존재가 처음으로 세상에 알려진 것은 불과 2년 전의 일이다.
일찍이 누구도 알지 못했던 놀라운 발견이었다. 모 주간지에 번역 연재가 시작되자 소치와 그의 시대에 관심이 있던 독자들은 여러 면에서 경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것은 우리의 역대화가 중에 소치처럼 자신의 화필생애를 낱낱이 그리고 정확히 기록으로 남겨준 예가 달리 하나도 없다는 사실과 아울러 소치에 대한 뚜렷한 재인식이었다. 이 책은 그때의 번역 연재를 묶은 것인데 뒤에 순 한문으로 된 원문을 따로 붙여 주고 있다.
소치의 이 자서전은 문답식으로 서술돼 있다.
이 책을 쓰고 있을 때 소치는 40여년의 행려와 여러 가지 신변잡사 끝에 진도의 옛집으로 돌아와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다. 이때 반가운 손님을 맞아 옛일을 회상하며 말한 것을 글로 정리한 것이라고 자서에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소치가 택한 구문 방법이었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어떻든 그의 문답기는 「몽록록」이라고 소치가 스스로 제목을 붙이고 있다. 내용은 27세 때인 1835년에 진도 벽촌을 탈출하여 해남에서 윤공재의 화첩으로 처음 그림의 진경을 알게된 뒤부터 대흥사에서 초의 대사와의 만남, 이어서 대사의 소개로 서울에 올라와 추사를 뵙고 크게 가르침을 받은 일, 그후 제주도 유배지로 거듭 추사를 찾아갔던 경위, 41세 때에 무상의 영예였던 헌종 어전에서의 휘호, 대원군과의 서화정담 등, 무수한 이야기들인데 때와 인명들이 너무나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그 세부적인 내용들은 우리의 19세기 사회사, 특히 서화계의 내막을 연구하는데 더없이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이야기 체이기 때문에 읽기에도 대단히 흥미있다.
그러나 도판이 중심인지 글이 중심인지 알 수 없게 필요이상으로 도판을 많이 끼어 넣은 반면 막상 주문실록은 읽어 나가기에 불편하다고 생각된다. 편역자는 국사학자 경북대 교수. <이귀열(한국근대미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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