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서울 봉천동서 가정부로 은신|별리22개월만에 모녀상봉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혜숙양이 엄마를 찾았다.
나이어린 네딸을 두고 가출했던 어머니 송정금씨(40) 는 서울 관악구 봉천1동 673의60 이종렬씨(35·D제약개발과장)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고 있었다.
서울 노량진경찰서 당곡파견소근무 황규돈 순경(31)의 재치있고 치밀한 호구조사 끝에 송씨의 은신처를 찾게된 혜숙양은 15일하오 고속「버스」편으로 상경, 그리운 엄마를 만났다.

<파출소 순경이 끈질기게 조사 찾아내>
그러나 즉시 속초로 함께 갈줄 알았던 어머니가 생각할 여유를 달라고 함께갈 것을 거부, 혜숙양은 한동안 맡문을 열지 못한채 눈물만 흘렸다.
『집에 같이내려가 새생활을 꾸려보자』며 호소하는 혜숙양에게 송씨는『포악한 아버지와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곤란하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송씨의 거처를 알게된 것은 15일 낮 12시쯤.
황순경은 12일간의 면밀한 호구조사끝에 송씨와 면담, 가출사실을 확인한 뒤 하오 1시30분쯤 본서 노량진경찰서에 보고했다.
노량진경찰서는 이를 서울 시경·치안본부를 거쳐 속초경찰서로 연락했다.
속초경찰서는 즉시 속초여중에 알려 원충희 교장을 통해 하오 1시10분쯤 수업 중이던 혜숙양에게 알려진 것.
혜숙양은 그길로 학교를 조퇴, 고속「버스」편으로 서울에 도착, 하오 11시50분쯤 이씨집에서 어머니 송씨를 만나 22개월여만에 해후했다.
혜숙양은 집주인 이씨의 배려로 인근 영덕여관(주인 박영자·43)에 투숙, 하룻밤을 보냈다.
송씨는 74년 8윌24일 심한 가정불화로 강원도 속초시 동명동 14통5반 집을나와 무작정 상경 서울 영등포구 목동 222에 있는 동생 정숙씨(39) 집에 머무르면서 일자리를 구하던 중 그해 9월20일 동생의 소개로 이씨집 가정부로 들어가 줄곧 일해 왔다는 것.
주민등록 일제경신때는『정신질환을 앓아 미처 신고를 못했다』고 속여 신규로 밭급받았다고 했다.
송씨는 가출동기에 대해「곁혼 14년동안 남편 이선흠씨(49·어부)의 의처증이 심해 심한 구박을 받았으며 하루도 얼굴이 성할날이 없을만큼 매를 맞아 가출했다』고 말했다.
송씨는 또『이혼하려해도 남편 이씨가 응하지 않아 정식이혼을 못하고 있다』며『정식이혼이 성립되면 속초에 내려가 네딸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혜숙양이『아버지도 모든것을 뉘우지고 엄마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애원했으나 송씨는『더 생각할 여유를 달라』면서 막무가내.
16일 상오에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이씨집에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동서 김경희씨(49· 서울 동대문구 전농3동 53의69)와 시누이 고귀순씨(37·동대문구 이문2동 305의76)가 송씨의 손을 붙들고 마음을 돌려 혜숙양과 함게 속초로 내려가 새로운 삶을 꾸리도록 설득했다. 속초에는 이씨가 14일 울릉도에 오징어잡이 하러 출어하고 집에없어 혜자(12·속초중앙국교 5년) 수미(8) 수영(5)양 등 3자매만 남아 엄마가 돌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가출엄마를 찾는 혜숙잉의 애절한 사연이 보도(본보 6월30일자 6면)되자 경찰은 전국 경찰서·지파출소에 가출인 수배를 의뢰, 송씨의 소재수사에 착수했었다.
속초여중과 속초중앙국교에서는 7월부터 혜숙·혜자양의 학비를 감면기로 했으며 각계각층에서 이들 4자매를 돕기위한 성금이 전달되기도 했다.
한편 속초여중 학생대표 지경림양은 전국 각 경찰서장 앞으로 편지를 보내 혜숙양의 엄마를 찾아줄 것을 호소했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