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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분·실리 겸한 하곡 수매 값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올 하곡수매가격은 인상율을 전년비 20%이하선에서 결정한다는 물가당국의 방침이 끝내 관철된 셈이다. 그러나 주무당국인 농수산부도 가중 평균인상율 18.5%를 내세워 약간의 실리를 얻었다고 자위하고 있다. 물가당국이 생산농가를 비롯, 각계가 지난해보다 30%이상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일축, 낮은 인상을 끝까지 고집한 것은 하곡가 인상율이 10월에 결정해야 할 추곡가 인상에 미칠 영향 때문.
하곡은 이중가격제이기 때문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그러나 하곡가 인상율이 높을 경우 물가에 큰 자극을 주는 추곡가도 하곡가만큼은 올려줘야 한다는 우려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 때문에 물가당국은 세 가지「카드」를 준비, 10% 인상 선에서 15%까지 후퇴했다가 마지막「카드」인 17.1%(가마당 1만3천원)를 내놓았으며 이 이상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농수산부 당국은 결정 하루 전인 23일, 19.9%(가마당 1만3천3백원)까지 후퇴했으나 끝내 좌절되자 비장해두었던 마지막「카드」를 23일 아침 다시 제시,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에 실리를 다소나마 거둔 것이다. 농수산 당국의 마지막「카드」, 즉 겉보리와 쌀보리의 차등인상안은 물가당국도 예기치 못했던 것이었으며 고위층에서도 쾌히 승인했다는 얘기다.
농수산 당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내년부터는 늘보리와 쌀보리의 가격차를 없애도록 하라는「보너스」까지 얻어 면목상의 수매가격 인상율은 겉보리 17.1%, 쌀보리 19.5%이지만 실질적으로는 20%인상 이상의 이득을 보았다고 스스로 평가하고 있다.
늘보리(대맥)와 쌀보리(나맥)의 가격차는 쌀에 있어서 통일벼가 일반 벼에 비해 단위당 생산성이 높아 소출이 많듯이 쌀보리가 단위당 생산성이 높아 값이 낮아도 생산자 입장에서는 실질적으로는 값이 높은 늘보리와 같은 효과를 얻어왔다.
또 재배면적도 늘보리 재배면적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재배면적이 뒤바뀌어졌을 뿐만 아니라 생산량 면에서도 쌀보리 비중이 60%에 이르고 있어 오히려 호남 곡창지대에서 2모작으로 많이 짓는 쌀보리의 증산을 더 장려해야겠다고 판단하기에 이른 것.
이처럼 물가당국과 농수산당국은 명분과 실리를 같이 얻어 만족스럽게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나 생산자인 농민입장에서는『인색한 인상율』이라고 보고 있다.
앞으로의 식량정책방향은 4차 5개년 계획에서도 명백히 하고 있듯이 전작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다.
보리를 증산, 보릿가루 등으로 식용의 용도를 확대해야할 뿐만 아니라 하등품은 수입옥수수 대신 사료로 이용, 외화를 아끼는데 한몫을 담당토록 해야 한다.
정부도 81년의 맥류 사료화 양을 75년의 5만3천t에서 16만9천t으로 3배가 되도록 계획하고 있다.
그렇다면 보리증산 의욕을 높일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가격 면에서 뒷받침해 주어야 하는데도 이번 수매가격 결점에서는 불과 몇 십억원의 재정부담과 추곡가에 미치는 영향 등의 이유 때문에 상당히 인색했다고 할 수 있다. <김두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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