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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마지막 줄 시작은 3글자만 쓰세요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박희정 시조시인(가운데)과 배서현·배우리·이지호양(왼쪽부터)이 환하게 웃고 있다. 시조의 매력에 빠진 학생기자단은 박 시인의 조언에 따라 직접 시조를 써보기도 했다.

봄바람을 맞으며 꽃이 활짝 핀 길을 걸으면 저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됩니다. 요즘과는 달리 옛날에는 시에 리듬을 붙여 노래처럼 부른 시조가 유행했어요. 시조에는 ‘시대의 정서를 읊은 노래’라는 뜻이 있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시조를 창작하고 즐기고 있습니다. 정해진 틀 속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짧은 문장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한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시조의 형식을 알고 그림을 그리듯 써 내려가면 누구나 시조시인이 될 수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박희정 시조시인을 만나 시조를 쓰는 법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배서현·배우리·이지호 학생기자(왼쪽부터).

햇살이 따뜻했던 3월 31일, 대구 구수산도서관에 소중 학생기자단 3명이 모였다. 박희정 시조시인에게 시조를 배운 후 직접 써보기 위해서다. “시조는 자신의 마음을 정해진 틀 속에서 표현하는 아름다운 글이에요. 마음을 글로 썼을 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죠.” 박희정 시조시인은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시조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단어를 붙여도 형식에서 벗어나면 시조가 아닌, 평범한 문장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 옛날부터 노래를 즐겨 불렀다. 기쁠 때는 기쁨의 노래를, 슬플 때는 슬픔의 노래를 고대가요·향가·속요·민요·시조 등의 형식으로 표현했다. 이 중 지금까지 창작되는 것은 시조 뿐이다. 왕과 평민을 구분하지 않고 모든 계층에서 창작됐기 때문이다. 시조는 고려 중엽에 싹이 터서 말엽에 형태가 완성된 우리 고유의 정형시(일정한 시적 약속에 따라 구성된 시)다.

시조를 쓰기 위해서는 먼저 형식에 대해 알아야 한다. 시조는 정서와 시대정신을 4음보(시의 운율을 이루는 기본 단위), 3장(4개의 음보로 구성된 단위)의 형식에 맞춰 표현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초장·중장·종장의 3장으로 이뤄져 있고, 각 장은 4음보로 이뤄진 식이다.

한 장의 단어 수도 정해져 있다. 보통 초장과 중장의 경우 3자·4자·3자·4자의 형식을 지키고, 종장은 3자·5자·4자·3자로 맞춰 총 45자 전후로 써야 한다. 이를 단시조(평시조)라 하는데 글자 수를 쉽게 맞추려면 ‘을·를·이·가’와 같은 조사를 붙이거나 떼는 것이 요령이다.

특히 종장의 첫째 음보는 반드시 3자여야 한다. 시조 특유의 가락(운율)을 지키기 위해서다. “시조를 잘 쓰기 위해서는 종장 첫 음보의 3자라는 규칙을 지켜야 해요. 또 둘째 음보는 5~7자로 맞춰야 아름다운 가락이 만들어진답니다.” 이렇게 글자 수를 맞춰가며 시조를 쓰면 읽을 때 흥이 나며 음악적 요소도 갖추게 된다.

또 반복되는 말과 흉내 내는 말을 사용하며 한 장의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는 것도 시조를 잘 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다. 이를 회화적 요소라 한다. “시와 그림을 함께 그리는 시화를 떠올리면 쉬워요. 쓰고 싶은 주제를 정한 다음 머릿속에서 생각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죠.”

박 시인은 학생기자단에게 시조 한 구절을 펼쳐 보였다. ‘내 눈에 글썽 맺히는 / 그리움의 동그라미’라는 구절이다. “눈물이라는 직접적인 말 대신 ‘그리움의 동그라미’라고 비유적으로 표현했어요. 동그란 눈물이 그리움이라는 감정과 함께 흐르는 듯한 그림을 떠올리며 썼기 때문이에요.”

1 시조에 대해 배우는 소중 학생기자단. 2 시조를 쓴 후에는 퇴고 과정을 여러번 거쳐야 한다. 

형식 맞는지 확인하고 읽어보며 퇴고

시조의 형식과 요소에 대해 배운 학생기자단은 본격적으로 시조를 써보기로 했다. 쓰고 싶은 시조의 글감을 찾고, 이를 형식에 맞춰 쓰면 된다. 너무 막연한 것을 주제로 잡기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을 글감으로 선정하면 좋다. 가족·물건·날씨와 같은 주제부터 최근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까지 모두 글감으로 정할 수 있다. “아빠의 손목시계나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와 같은 것을 글감으로 삼아도 괜찮아요. 글감을 정하고 어울리는 제목을 붙인 후 시조를 쓰면 되요.” 박 시인의 조언에 따라 학생기자단은 지우개·교복·책상이라는 글감으로 시조를 쓰기 시작했다.

시조를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사람마다 다양하다. 10분만에 쓸 수도 있지만 한 달에 1편이 나올 수도, 1년에 1편이 나올 수도 있다. 학생기자단의 경우 각자의 시조를 시조시인이 읽고 지도해준다는 점을 감안해 1시간이 주어졌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단어를 시조 형식에 맞춰 쓰려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신이 쓴 시조를 소가 되새김질 하듯 꼼꼼히 살피는 것이 좋다. “시조는 집에서 쉴 때 틈틈이 써도 좋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써도 좋아요. 자신이 쓴 시조를 최소한 3번 정도 고치면 작품이 따뜻하고 부드러워져요.”

쓴 작품을 가다듬는 것을 ‘퇴고’라 한다. 여러 번 생각해 고친다는 뜻이다. 시조를 퇴고할 때에는 각 장마다 4음보가 맞는지, 종장의 첫 글자는 3자가 맞는지, 자신의 생각이 잘 나타났는지를 생각하면 된다.

1시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학생기자단은 각자의 시조를 완성했다. 서로서로 시조를 돌려 읽으며 부족한 점이나 고쳤으면 하는 부분을 표시해주고, 이를 바탕으로 퇴고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결과물이다. 정해진 시간 안에 쓰느라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학생기자단은 애써 완성한 첫 작품을 소중하게 간직한 채 수업을 마쳤다.

시조의 형식과 내용

-시조는 초장·중장·종장의 3장으로 이뤄져 있다.
-종장의 첫째 음보는 반드시 3자여야 한다.
-종장의 둘째 음보는 5~7자가 좋다.
-가락을 지키고(음악적 요소), 그림을 그리듯 써야 하며(회화적 요소), 무슨 내용을 담을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내용적 요소).
시조 퇴고 방법
-각 장마다 4음보가 맞는지
-종장의 형식이 맞는지
-자연스럽게 읽히는지
-적절한 비유가 포함됐는지
-자신의 생각이 잘 나타났는지
-직접 낭송해보며 어색한 부분이 없는지 확인
시조를 쓸 때 주의할 점
-막연한 글감보다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글감이 좋다. 관찰력을 동원하자.
-상상력이 풍부한 글이 좋다. 상식적인 내용을 직접적으로 쓰는 것은 피하자.
-고운 말을 쓰고, 운율을 살려야 시조를 읽는 느낌이 좋다.
-글은 충분히 시간을 두고 수없이 다듬어야 한다.

글감 찾기

-가족: 아침식사, 가족 등산, 아빠의 넥타이
-학교: 운동장, 교장선생님, 쉬는 시간, 교복, 책상
-친구: 짝꿍, 교환일기, 소중한 추억
-물건: 거울, 달력, 운동화, 축구공
-자연: 꽃, 나무, 비, 바람
-마음: 자신과의 약속, 마음의 표현, 거짓말, 목표 등

☞박희정 시조시인은

2002년 등단한 시조시인이다. 제4회 오늘의 시조시인상(2010년), 제30회 중앙시조대상 신인상(2011년), 제13회 청마문학상 신인상(2012년), 제2회 고대문우상(2013년) 등을 수상했다. 『길은 다시 반전이다』 『들꽃사전』 등의 시조집을 출간했다.

소중 학생시조백일장에 도전하세요

미래의 시인을 꿈꾸는 학생들을 위해 소년중앙에서 매달 학생시조백일장을 엽니다. 4·5월 장원·차상·차하 당선자에게는 6월 14일에 열리는 ‘제1회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본심 응모 자격을 줍니다. 6월 이후 당선자는 내년에 열리는 중앙학생시조백일장 본심에 참가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장원 당선자에게는 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합니다. 학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바랍니다.

◇응모 안내 : 매달 20일까지 접수된 시조 응모작을 심사해 다음달 초 소년중앙 지면에 발표합니다. 응모 작품은 1인당 2편 이상이며, e메일(sojoong@joongang.co.kr)로 접수합니다.

글=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사진=우상조 인턴기자
동행취재=배서현·배우리(구미 도봉초 5)·이지호(대구 성화중 1)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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