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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샤넬 No.5 … 통일 No.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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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박형수
통계청장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향수 ‘샤넬 No.5’는 디자이너의 이름을 딴 최초의 향수다. 배우 메릴린 먼로가 잠옷 대신 입고 잤다고 해서 유명해지기도 했다. ‘샤넬 No.5’ 30mL에는 재스민 꽃 1000송이가 들어간다. 또 5월의 장미를 비롯한 83가지의 재료가 들어가는데, 1921년에 최초로 만들어진 성분 그대로 현재까지도 만들어져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통일 No.5’라는 향수를 만든다면 어떤 핵심재료가 들어가야 할까? ‘통일 No.5’의 핵심은 북한에 대한 정보가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마지막 동독 총리였던 데메지에르 전 총리에게 “독일이 통일되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것은 무엇인가”를 물었다고 한다. 그의 대답은 “인포메이션(정보)”이었다. 통일을 준비하면서 서독이 동독 주민과 동독에 대해 많이 알았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통일이 되고 보니 동독에 대해 너무 몰랐다며 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통일 기반을 구축할 정확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모아 잘 분석해야만 아름다운 통일을 만들 수 있다.

 스웨덴의 수학자 안드레예스 둥켈스는 “통계로 거짓말하기는 쉬워도 통계 없이 진실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통일에 대한 진실 또한 통계 없이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통계청은 통일부 등 국내 기관과 유엔 등 주요 국제기구의 북한 통계를 수집해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서 남북한의 자연환경, 인구, 경제총량, 남북한 교류 등 128개의 통계표를 볼 수 있다. 다만 북한 당국의 내부통계 공개 거부와 대북 접근성 제약 등으로 북한 통계를 직접 생산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2008년 유엔인구기금과 협력해 북한 인구센서스를 기술 지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 인구를 추계했던 경험을 살려 국제기구와 함께 북한에 대한 통계조사를 하는 방안을 비롯, 인공위성 사진으로 남한 농업통계를 생산하는 기술을 북한 지역에도 적용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통일이 되면 북한 주민의 일상을 우리가 만나게 된다. 사각 틀 안의 작은 사진이 아닌 따뜻한 온기를 지닌 사람들과 함께하게 된다. 피상적인 이미지가 아닌 정보와 통계를 든든하게 준비해야 더 많은 기회가 열리게 된다. 최근 세계적인 투자전문가 짐 로저스 회장은 “최고의 인적 자원, 잠재력 있는 천연자원, 아시아 물류 허브로 최적인 지정학적 위치…. 이런 경쟁력을 지닌 나라가 지구상에 또 어디 있는가? ‘통일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통일 준비는 경제적 준비, 이념 차이의 극복, 사회·문화적 통합 등이 망라된 개념이다. 통일을 위한 경제적 준비와 사회·문화적 이해를 위해 북한의 실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해야 한다. 정보와 통계가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될 것이다.

 한민족이 함께 만들어나갈 ‘통일 No.5’는 30초에 한 병씩 판매되는 ‘샤넬 No.5’를 뛰어넘는 최고의 향을 선사할 것이다. 통계청은 재스민 꽃 1000 송이보다 더 매력적인 북한 통계 데이터베이스를 준비하며 통일 대박을 꿈꾸고 있다.

박형수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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