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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2주 새 12% 급등 … 다음 타자는 금융·건설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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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LG그룹주 펀드가 삼성그룹주 펀드를 눌렀다. LG그룹주 펀드들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3.71%로, 삼성그룹주 펀드 평균(1.77%)을 상회한다. 따지고 보면 삼성전자 덕분이다. 오광영 신영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가 오르면서 외국인 매수세가 확산되는 와중에 실적 역시 시장의 기대를 넘어섰던 LG전자·LG디스플레이·LG이노텍 같은 LG그룹 정보기술(IT)주들이 선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최근 한 달 새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은 모두 10% 넘게 상승했다. 삼성전자의 상승이 코스피 다른 종목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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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전자는 코스피 시가총액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대형주다. 이익 측면에선 그 비중이 더 크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이익의 절반이 삼성전자에서 나왔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에 투자할 때 삼성전자부터 담는다는 얘긴 괜한 말이 아니다. 이렇다 보니 삼성전자는 외국인 투자와 코스피 향방을 가르는 가늠자 역할을 한다. 그런 삼성전자가 최근 2주 사이 12%나 올랐다. 지난달 25일 124만7000원이던 게 7일엔 139만7000원이 됐다. 같은 기간 코스피는 2.5% 상승하는 데 그쳤다. 시가총액이 큰 만큼 변동성이 작은 삼성전자가 시장의 성장률을 넘어서는 수익을 낸 것이다. 1년에 평균 두 번꼴로 있는 드문 일이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이제 삼성전자 그 다음이다. LG그룹 IT주까지 끌어올린 삼성전자 급등, 그 다음 타자는 무엇일까. 2006년 이후 삼성전자의 1주 혹은 2주 수익률이 시장 대비 5% 이상 초과 성장한 18번의 케이스를 분석해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분석 결과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급등한 한 달 뒤 코스피는 3.3% 올랐다. 18번 중 지금과 같이 기업이익수정비율(ERR·이익이 상향된 종목의 비율)이 마이너스인 13번의 경우만 추려내더라도 코스피는 2.5% 상승했다. 코스피를 끌어올린 업종은 내수주였다. 삼성전자 단기 급등 후 대형주 수익률 상위 20% 종목을 분석해보니 내수주가 65%나 차지했다. 구체적으로 은행·증권·보험·기계·건설·제약 등이었다. 그중에서도 금융주의 비중(45%)이 특히 높았다. 건설주(15%)가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급등의 영향이 내수주로까지 확산되는 현상에 대해 변준호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세가 는다는 건 경기 회복의 신호”라며 “경기가 회복되면 수출주가 1차 수혜를 보지만 내수주도 뒤따라 강세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전자 강세 이후엔 보통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경우가 많은데, 원화 강세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업종이 크게 오른다. 은행주가 대표적이다. 변 연구원은 “은행주의 경우 대형주가 많고 경기 회복 및 원화 강세의 수혜를 동시에 누리기 때문에 크게 오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들 업종 중 1분기 영업이익에 대한 시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지 않은 종목들을 눈여겨봐야 한다.

 이 같은 전망의 변수는 오늘 발표되는 삼성전자 실적이다. 시장의 기대치는 많이 낮아진 상태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9조7000억원에 달하던 삼성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8조4000억원 선까지 내려와 있다.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나온다면 삼성전자 주가에도 큰 변화는 없을 전망이다.

 하지만 시장의 예상이 빗나가면 얘기는 달라진다. 삼성전자 상승세가 꺾이면서 상승이 기대됐던 내수주뿐 아니라 2000 안착을 눈앞에 둔 코스피 전망도 어두워진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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