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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만 입으면 휴대전화 충전 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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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유리섬유 앞뒤에 열전(熱電)물질을 인쇄한 뒤(사진) 전극을 연결해 유연한 열전소자를 만들면 전력이 만들어진다. 이 소자로 윗옷 크기로 만들어 입으면 휴대전화 통화도 가능하다. [자료 KAIST]

휴대전화는 언제 어디서든 자유롭게 통화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배터리가 방전되면 무용지물이 된다. 손목에 차고 운동을 하면 맥박수, 칼로리 소모량 등 건강 정보를 알려주는 스마트밴드 같은 ‘웨어러블(wearable, 몸에 착용할 수 있는)’ 전자기기들도 마찬가지다. 2~3일에 한 번씩 충전을 해줘야 제대로 쓸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론 이런 걱정을 안 해도 되는 세상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KAIST 전기 및 전자공학과 조병진 교수 연구팀은 옷처럼 만들어 입으면 체온을 이용해 휴대전화, 입는 전자기기 등을 사용하기에 충분한 전력을 내는 ‘웨어러블 열전(熱電)소자’를 개발했다고 7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영국 왕립화학회가 발행하는 국제저널인 ‘에너지&환경과학’ 온라인판에 최근 소개됐다.

 열전소자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반도체 소자를 가리킨다. 두 종류의 금속을 연결했을 때 한쪽은 고온, 다른 쪽은 저온이 되면 둘 사이 회로에 전류가 생기는 현상(제베크 효과)을 이용한 소자다. 대개 비스무스텔루라이드(Bi2Te3)·안티몬텔루라이드(Sb2Te3) 같은 열전물질로 만들어진다.

 이런 열전소자를 몸에 부착하면 외부 기온과 체온의 차이에 의해 전기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기존 제품은 세라믹 기판을 사용해 딱딱하고 무거웠다. 최근 유연한 유기(有機)소재를 사용한 소자가 일부 개발됐지만 에너지 효율이 기존 소자에 비해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KAIST 연구팀은 이에 반해 효율이 높은 열전물질을 갈아 잉크 형태로 만든 뒤, 부드러운 유리섬유 앞뒤에 인쇄하는 방법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다.

새 소자는 일반 섬유처럼 가공이 쉽고 가벼우면서도 전력 생산 능력이 같은 무게 세라믹소자의 14배나 된다. 팔에 붙이는 밴드 형태(가로×세로 10㎝)로 만들면 약 40㎽(밀리와트, 기온 영상 20도, 체온 37도 기준)의 전력이 나온다. 스마트밴드 등에 쓰인 전자센서 전력 소모량(평균 수㎼, 1㎼=0.001㎽)을 훨씬 웃도는 규모다. 윗옷 크기(50㎝X100㎝)로 만들어 입으면 약 2W의 전력이 생산돼 휴대전화 통화도 가능하다.

 조 교수는 “3년 내 에너지 효율을 지금보다 4배 정도 더 키워 실용화하는 게 목표”라며 “일단은 기존 배터리의 보조용으로 쓰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배터리 없는 전자기기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별 기자

◆웨어러블(wearable) 열전소자=온도 차이를 이용해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열전(熱電)소자를 몸에 착용할 수 있는 형태로 만든 것. 몸에 붙이는 밴드나 팔에 차는 완장, 입는 옷 등의 형태로 만들 수 있다. 웨어러블 전자기기의 전원공급 장치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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