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 협력의 장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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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자국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보호주의적 경향이 전세계적으로 팽배해 있는 가운데 지난 22일부터 한미 양국이 서로간의 입장을 털어놓고 무역 확대를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협의하게 된 것은 매우 의의 있는 일이었다.
한미 양국은 정치·군사적인 혈맹 관계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가장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그리고 이러한 긴밀한 협력 관계를 통해 한국은 종래의 일방적인 원조 대상국에서 이제 어엿한 무역 상대국으로 성장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연간 수억 「달러」의 원조가 있어야 유지되던 한국 경제는 이제 원조 없이도 성장 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고, 한미간의 교역 관계는 수출입 모두 꾸준히 확대됨으로써 상호협력의 중요성이 더 해가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제 1의 수출국일 뿐 아니라 제2의 수입 시장이며, 한국은 미국의 시장에서 보면 「아시아」에서 두 번째, 비산유국 개발도상국 중에서는 세 번째의 수출 시장이 되고 있다.
비록 한국이 2억「달러」 이상 역조를 보이고 있기는 하나 73년부터 수출입이 각각 10억 「달러」수준을 넘어서기 시작, 작년에는 대미 수출 16억3천만「달러」, 수입 18억8천만「달러」로 역량이 35억「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이제 이러한 성장의 과정에도 반드시 순탄하지만은 않은 장애물이 있었던 것마저 잊을 수는 없다.
자유무역의 신봉자인 미국이 자국내 산업계의 문제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한국의 산업구조상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할 뿐만 아니라 그 제 1의 수출 주종 상품인 섬유류에 대해 맨 처음 수입 규제를 가하기 시작했던 것도 그 한가지 실례다.
그 밖에도 미국은 우리측에 고무화류에 대한 자율 규제와 특수강의 수입 규제 움직임을 노골화하여 양국간의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문제들도 양국 정부의 합의로 금속제·양식기류·양송이·비 고무화류 등의 수입 규제 요구를 미국 정부가 직접 개입하여 국내적으로 해결하는 길을 채택한 것은 더 없이 반가운 일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번 양국 상공장관 회담에서 이 같은 양국간의 현안 문제들에 대한 기본적인 해결 방안이 합의된 것은 큰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이에 관련하여 최근 몇 년 동안 한·일간의 무역 관계가 급속히 신장되어 미국을 앞지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또한 주목할만한 현상이다.
그러나 무역이 심한 역조를 보이면서 어느 한 나라에 편중돼 가고 있는 것은 결코 소망스럽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며 한·일 무역이 바로 그 같은 관계에 있는 것이다.
미국은 바로 이 같은 문제에 고민하고 있는 한국을 도와 보다 긴밀한 협조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우리는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미 잉농물 도입에 대한 상품금융공사의 차관 한도 확대, 미 수출입 은행에 계류중인 17건, 8억7천6백만「달러」의 차관 사업 조속 타결, 4차 5개년 계획 추진에 필요한 외자의 적극 지원과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 상품을 한국에 많이 팔 수 있는 길이기도 하며 또 앞으로 무역 확대를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저력을 기른다는 점에서도 미국이 보다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양국이 무역 확대를 위해 상호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데 노력하기로 한 것은 퍽 다행한 일이며 미국이 계류중인 차관사업들은 물론 4차 5개년 계획 추진에 큰 관심을 보인데 대해서는 우리는 큰 기대를 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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