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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의 정치참여는 위기의 근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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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다음은 오는 6월 한국과 중공을 방문할 예정인 「프랑스」의 석학 「레이몽·아롱」교수와 본사 주섭일 특파원과의 회견이다. <편집자주>
-안녕하셨습니까. 6월 중순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기로 하셨는데 한국에 대해 갖고 계시는 생각일까, 인상이랄까…듣고 싶습니다.
『처음 한국을 방문한 것은 1953년, 전쟁이 계속되고 있을 때지요. 며칠밖에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남은 인상이란 것은 폐허 밖에 없어요. 한마디로 나는 한국을 거의 모릅니다.
그러나 지난 20여년 동안 한국이 굉장히 변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현장에서 당신의 나라의 변모를 직접 관찰할 수 있다는 사실을 행운으로 생각합니다.』 -「키신저」가 「아롱」교수의 제자란 말이 사실입니까?
『천만에, 「키신저」는 나보다 20여세가 아래고 그가 「하버드」를 졸업했을 바로 그 때나는 이미 교수였지요. 당시 나를 자주 찾아주어 만난 것뿐입니다. 물론 그는 내 책들을 많이 읽었고 특히 나의 「국가간의 전쟁과 평화」를 「뉴요크·타임스」에 번역했던 사람이었지요.』
-얼마 전 「피가로」지에 교수께서 「키신저」의 「데탕트」정책을 무섭게 비판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도 말할 수 있겠지요. 내 비판의 초점은 「키신저」외교의 전부가 아니고 미소관계에서 나타난 현상을 비판했던 것입니다. 이른바 양 초강대국의 「데탕트」진행과정에서 「키신저」의 정책적 성격이 변질해서 「데탕트」란 것을 국제관계상의 평화로 정착된 것처럼 믿게 하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데탕트」가 있건 없건 간에 미소가 전쟁회피에 노력을 기울이고 두 초강대국이 군사비를 다소나마 제한하려고 하는 차제에 「키신저」는 미소간이 접근하고있다는 인상을 한편으로 주면서도 동시에 서구 공산당을 반대한다는 의사를 과격하게 나타낸 이중성을 지적했지요.』
-「손넨펠트·독트린」이 한창 동·서구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는데 귀하의 견해는?
『누구도 감히 동구를 해방시키기 위해 전쟁을 하겠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지요. 그러나 「키신저」가 동구지배자들에게 충고를 삼간다는 것을 거의 기대할 수 없는 일이며 소련과 동구의 유기적 관계발전을 말함으로써 전「유럽」에 널리 유포되고 있는 의문을 정당화했습니다.』
- 6월20일 「이탈리아」총선거는 어떻게 될까요? 모두를 공산당집권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은데?
『만일 공산당이 기민 당을 득표율면에서 능가한다면 공산당의 정권참여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공산당의 참여는 복합적 형태를 취할 수도 있고 또는 국민연합정부의 형태도 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인민전선 정부형태도 가능하며 이른바 역사적 타협인 기민·공산연립정부도, 마지막으로 공산당소수 단독정부형태로도 생각할 수 있어요. 그 어떤 경우든 간에 서구에 불가항력적인 위기의 근원이 될 것입니다. 위기의 파장은 EC뿐 아니라 대서양동맹군에도 심각히 미칠 것입니다.
「이탈리아」사태의 파급효과로서 「프랑스」좌파에 관한 부수적 논쟁을 일으킬 것입니다. 만일 「이탈리아」가 잘되면 좌파는 「프랑스」국민들에게 「로마」를 보아라, 누구도 아무런 재앙 없이 공산주의자들을 권력에 앉혀도 무방하다고 하겠지요.
불 공산당은 합법적으로는 권력의 주변에조차 접근하지 못했습니다. 이 관점에서 지금까지 서구는 결코 공산당의 위협을 받지 않았던 것이지요.』
-인지반도가 공산진영으로 넘어갔을 때 다음 차례는 한반도라고들 했었지요. 전화가 한반도에서 다시 일는지…?
『나의 견해로는 「모스크바」도 북경도 새로운 한국전쟁을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모스크바」와 북경이 어느 선까지 평양을 「컨트롤」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지요. 또 한가지 상황의 위험성은 서울이 전선과 너무나 가까운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남한에 대해 일격을 가해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서울을 점령한 직후 전투를 중지한다는 것은 분명코 소름끼치는 「드라마」 입니다. 서울은 지도상에서 북한의 기도를 실천해 볼만한 위치에 있다는 말이지요. 나는 전쟁위험을 최대한으로 줄이기 위해 남북이 군사적으로 균형을 유지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입니다. 나는 단기적으로는 심각한 위험이 없을 것으로 봅니다.
김일성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판독하기엔 「파리」는 너무나 먼 거리에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는?
『무엇보다도 평화! 그들에게 평화가 있기를 바랍니다.』 【파리=주섭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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