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야 이어 킬리만자로 도전 '핑크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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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을 받아들이는 건 머리에서 발끝까지 내게 남아 있는 모든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며칠을 보냈다” “유방암으로 양쪽 가슴을 다 잘라냈다는데 ‘설마’ 하며 가슴의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어보시던 엄마. 그러곤 또다시 뒤돌아 통곡하시던 엄마. 불효를 한 것 같아 마음이 많이 아팠다” (‘희망의 길을 걷다’ 전시 작품 중).

암을 진단받는 순간의 충격, 암덩어리가 퍼진 가슴을 떼어낼 때의 상실감. 여성에게 유방암은 이렇게 두 번의 큰 고통을 안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여성성까지 잃은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한국유방암환우회(한유환) 합창단 회원들은 희망을 잃지 않았다. 2011년 희망·긍정·도전·용기라는 메시지를 안고 무작정 히말라야 등정에 나섰다. 그들을 치료한 서울대 암병원 노동영 원장도 함께했다. 무모해 보이기도, 위험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힘들고 지쳤지만 한발 한발 올랐다. 그 과정에서 남겼던 사진과 글을 지난달 17~29일 서울대 암병원에서 전시했다. 전시회 제목은 그들의 여정처럼 ‘희망의 길을 걷다’였다. 다른 유방암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이들의 여정은 끝이 아니다. 오는 11월 킬리만자로 등정에 나설 생각이다. 노동영 원장은 “일반인도 오르기 힘든 히말라야 등정에 성공하고, 킬리만자로를 목표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유방암 환우들의 모습이 지금도 암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을 환자와 가족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유환 회원들은 말했다. “우리는 이겨내기 위해 도전했다. 그래서 히말라야에 올랐다. 거기서 희망의 깃발을 들었다. 2014년 우리는 킬리만자로로 간다. 우리들의 핑크 릴레이는 계속된다.”

오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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