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달걀·우유가 원인? NO 비염·천식 위험 높나? YES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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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봄에는 아토피 피부염(이하 아토피)도 심해진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미세먼지보다 아토피 환자를 더 괴롭히는 것은 바로 ‘카더라식’ 치료법과 아토피에 대한 잘못된 정보다. 아토피에 대한 오해는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고통에 몰아넣는다. 아토피의 원인과 증상, 치료법에 대해 올바로 알고 대처하면 치료 효과가 높다. 아토피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알아보자.

신도희 기자

콩·달걀·우유가 원인이다?

만3세 이전의 유아는 콩·달걀·우유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많다. 하지만 대부분 초등학교에 올라갈 무렵 알레르기 반응이 사라진다. 콩·달걀·우유로 인한 아토피 환자가 많긴 하지만 모든 환자에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이 다르다. 식품 알레르기는 주로 유아에게 나타나며 어른에게는 드물다. 그 때문에 무분별하게 식품을 제한하는 것은 좋지 않다. 어떤 종류의 음식에 반응하는지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받아보고, 원인으로 판명된 음식만 피하면 된다. ‘아토피에 안 좋다’는 말을 믿고 육류와 유제품을 무조건 먹지 않으면 영양 불균형만 초래할 뿐이다. 특히 유아·청소년 환자의 경우 성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거쳐 원인이 되는 음식이 있는지, 있다면 어떤 종류인지 알아보고 식단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스테로이드제 사용하면 부작용?

스테로이드제는 아토피 치료를 위해 필요한 치료제다. 아토피 환자가 가려움증에 시달리다 보면 피부를 긁게 되고, 이로 인해 상처가 생기면서 염증이 심해진다. 이때 염증과 가려움증을 진정시키는 것이 스테로이드제 연고다. 환자들이 스테로이드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기 쉬운데, 남용하면 부작용이 따라온다. 스테로이드제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염증의 심한 정도, 병변의 상태 및 위치에 따라 강도를 달리해 사용한다. 소아의 경우 대부분 가장 약한 단계에서 시작한다. 하루에 1~2회, 길어야 2~3주 정도만 사용한다. 성인도 최대 4주 이상 스테로이드제를 쓰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증상이 완화되면 사용을 중단한 뒤 보습제 등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의사의 처방대로 신중하게 사용하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상처·염증이 없는 부위는 정상?

육안으로 봤을 때 멀쩡해 보이는 부위도 언제든지 피부장벽 기능이 떨어져 병변이 나타날 수 있다. 그 때문에 평소 보습제를 바를 때 상처나 염증 부위 외에 피부 전체에 골고루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보습제를 선택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일반 용품을 아토피 환자가 사용하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다. 그 때문에 피부에 닿는 것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선택하도록 한다. 보습제는 콜레스테롤·세라마이드·롱체인패티에시드 세 가지 성분이 함유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다른 알레르기 질환도 잘 걸린다?

아토피 환자는 비염과 천식을 함께 앓는 경우가 많다. 영유아 시기에 아토피를 앓던 아이는 대개 만3세쯤에 아토피 증상이 점차 나아지는데, 이때부터 천식의 위험이 높아진다. 만 3~5세 사이에는 전형적인 천식 증상이 많이 나타난다. 점점 악화하던 천식은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호르몬 분비의 변화로 차츰 증상이 나아진다.

그러나 천식이 좋아진 후에는 알레르기 비염이 나타나곤 한다. 이렇게 연령에 따라 알레르기 질환이 바뀌는 것을 ‘알레르기 행진’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같은 순서대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아토피·비염·천식 중 한두 가지만 나타날 수 있고, 동시에 여러 가지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기도 한다. 어릴 때 아토피가 나타난 환자는 비염·천식 등 이후 발생할 호흡기 알레르기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

엄마·아빠가 없으면 아이도 안심?

아토피 환자의 70~80%는 가족력이 있다. 부모 중 한 명이 아토피인 경우 자녀의 50%가 발생한다. 이처럼 유전적인 요인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아토피는 피부장벽 기능과 관련된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켜서 발생한다.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는 ‘필라그린’이 대표적이다. 피부 표피층의 구성 물질인 필라그린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피부장벽이 손상되고 항원이 침투해 아토피가 발생한다.

그러나 아토피가 유전자 변이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환경유해물질, 면역 이상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정확한 원인을 꼭 집어내기 어려운 질환이므로 부모에게 아토피가 없어도 아이에게 발병할 수 있다. 반대로 부모가 모두 아토피 환자라고 해도 아기를 갖기 전에 치료와 관리를 철저히 해 아기에게는 아토피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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