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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의 미국과 동「아시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미국「하버드」대 동「아시아」연구「센터」소장 「에즈러·보겔」박사가 20일 아세아정책연구원(원장 민관식)에서 『80년대의 미국과 동「아시아」』란 주제로 「세미나」를 가졌다. 중국 및 일본문제전문가인 「보겔」교수는 특히 양국의 농촌·사회문제를 전공했다. 다음은 이홍구 교수(서울대)가 사회한 이날 「세미나」에서의 발표내용.
미국은 월남전에서 패배한 후 현재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2차대전후 세계전략의 일환으로 월남전에 개입했던 미국은 결과적으로 그 힘의 한계를 경험했다. 독립 후 거의 2백년에 이르도록 인류의 자유와 정의를 보호한다는 책임과 확신을 가졌던 미국은 월남전의 경험으로 미국의 국가이익이 종전과 같은 방법으로는 달성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80년대의 미국 외교 정책의 향방은 이런 미국사회 자체가 지닌 본질적인 문제와도 관련된다. 현재 미국 내에서는 흑인이나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두드러지고 있으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자유와 정의가 실현돼야 한다는 믿음이 늘어나고 있다.
또 경제 성장율이 저하되고있다는 사실도 미국의 외교정책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봐야 한다. 미국의 입장을 어렵게 만드는 것 중의 하나는 80년대에 이르러 「아시아」 각국에서의 자유·정의·권리 같은 이념적인 문제가 미국이 기대하는 방향으로 확산되겠느냐는 것이다.
이러한 여건은 미국의 「아시아」에 대한 역할을 긍정적으로만 평가하기는 어렵게 만들고 있으며 오히려 일본에 이행되어 일본의 영향력이 증대될 것이다.
일본은 정치적·경제적으로 안정되어있지마는 자국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일본정부는 국제사회의 질서에 맞추어 경제발전을 극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80년대에도 일본의 경제적 영향력은 더욱 증대되어 군사적 안정 바탕 위에서 경제력의 증대, 국제시장의 확대를 도모할 것이다.
현재 중공내부의 권력투쟁양상은 상당히 심각하나 중요한 것은 모택동의 사후 사태이다. 수년 후 강력한 당내「그룹」이 나타나 이견을 조정하게 되겠지만 중공의 국제적 영향력은 계속될 것이다.
저개발국이나 약소국에 대한 심리적 지원 등 영향력은 증대될 것이다. 중공이 우려하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소련인 것이다. 중공이 미국과의 화해정책을 추진중인 것은 미국의 힘을 대소견제에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분석된다.
모 사후에도 양국관계는 50년대의 동맹관계로의 복귀는 불가능할 것이며 긴장을 다소 완화시켜 통상관계를 가질 가능성은 있다.
소련은 「아시아」에서 거의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 의한 남침가능성은소련의 태도에 영향을 받게될 것이다. 만약 북한이 소련의 지원을 받아 도발행위를 감행하는 경우 미국은 이를 좌시하지 않을 것이나 일본은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대한 지원은 당분간 변함이 없을 것이다. 미국 안에서 한국의 인권문제가 운위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한국은 개방사회이다. 많은 미국인은 한국이 처한 특수한 입장을 이해하고 있으며 한국이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있다.
미국의 방위 공약 등 대한정책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도 크게 달라질 것은 없으리라고 본다.
80년대의 남북한관계는 강대국의 타협추세와 장기적으로 적대 강경의 완화 등으로 과거 독일에서의 현상처럼 제한된 화해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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