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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내 500km 목표물 타격 … 북 미사일 90% 없앨 수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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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달 말 서해 미사일 실험장에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신형 미사일 발사 실험이 있었다. 기존 현무-2 미사일을 개량한 것. 현무-2는 사거리 300㎞에 탄두 중량 500㎏이지만 새 미사일은 사정거리 500㎞에 탄두 1t 규모다. 실험은 한국의 대북 미사일 방어력을 한 단계 높이는 것이었다.

2012년까지는 한·미 미사일협정에 묶여 사정거리 300㎞, 탄두 500㎏까지만 보유가 가능했었다. 그런데 북한은 ▶사거리 300㎞인 스커드B ▶450㎞인 스커드C ▶4000㎞급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실전 배치하고, 8000㎞급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 중이다. 미사일 사정거리를 고려하면 남한에 큰 문제다.

한국군의 미사일 북방한계선은 ‘여러 작전요소를 고려할 때’ 군사분계선(MDL) 남쪽 150㎞ 정도인 충청북도 음성이 한계다. 더 북상하면 북한의 공격에 취약해진다. 그런데 음성 이남에서 300㎞ 사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 평양에도 못 미친다.

우리 군은 북한 일반 미사일 부대의 남방한계선을 황해북도 곡산 정도로 본다. 음성 이남에서는 한반도 주요 도시가 다 사정거리에 들어온다. 게다가 북한은 미사일 발사기가 100개. 우리는 사정거리 300㎞ 이내인 현무-1과 현무-2를 합해 40개다. 남북 간 미사일 전력 불균형이 심하다.

남북의 미사일 전력 불균형 완화

미사일 전력 격차의 의미는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 미사일이 한반도 전역을 공격권에 넣는다는 것을 뜻한다. 사정거리 450㎞인 스커드C 외에 최근 새 미사일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지난달 26일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긴급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오전 2시35분과 2시42분에 평양 북방 숙천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각각 1발, 총 2발을 발사했다. 650㎞ 내외를 비행했으며 노동 계열의 탄도미사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북한은 수십 발의 로켓과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사정거리 1300㎞인 노동미사일을 650㎞로 줄여 발사 실험을 한 것이다. 미 군사정보국(DIA)과 한국 국방부는 북한이 1.5t급 핵탄두를 장착해 실험한 것으로 본다. 한 해군 장교는 “핵탄두 탑재형을 실험한 것으로 핵탄두형 노동미사일의 존재를 과시하는 무력시위”라고 분석했다. 이렇게 되면 한반도 전역은 북한의 통상 미사일뿐 아니라 핵미사일의 사정거리에도 들어간다.

이런 북한의 핵·통상 미사일에 대응하는 우리의 대안이 ‘킬체인’과 ‘한국형 탄도탄방어망(KAMD)’이다. 핵심은 북한이 노동미사일을 발사하려면 40여 분의 연료 주입시간이 필요하다는 약점을 이용, 선제공격으로 미사일 발사 전에 파괴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북한 미사일 발사대를 실시간으로 감시해 야 하며, 발사 징후가 분명하면 20분 내에 정밀 공격해 파괴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존 한·미 연합군의 무기로는 황해도는 모르지만 함경도에 있는 미사일 발사대를 20분 내에 파괴할 수 없다.

벙커버스터 탑재하면 무수단도 파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사정거리 1000㎞인 순항미사일이 개발됐다. 그러나 속도가 느리다. 남한 내에서 포착해 발사하면 북쪽 끝까지 가는 데 40분이 걸린다. 북한 미사일의 발사 전 파괴가 쉽지않다. 가능하려면 북한에 바짝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잠수함을 한국 해군은 갖고 있지 않다. 이 모든 것이 한국이 미사일 개발 초기, 기술 도입을 위해 맺었던 한·미 미사일 협정 때문이었다.

그런데 2012년 협정이 개정되면서 탄두 1t, 사정거리 500㎞와 탄두 500㎏, 사정거리 800㎞급 미사일의 보유가 가능해졌다. 이번에 실험한 탄두 1t의 500㎞급 현무-2 개량형 미사일이 주목되는 이유는 킬체인의 핵심 타격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발사대를 세우는 시점에서 우리가 이를 식별→결심→대응 미사일 발사를 하면 이후 10여 분 안에 500㎞ 범위의 어떤 목표물이라도 파괴가 가능하다. 그 전 과정을 40분 내에 할 수 있다. 1t급 탄두는 그만큼 넓은 범위를 공격, 파괴할 수 있어 미사일 발사대의 확실한 파괴를 약속한다. 현재 파악된 북한 미사일 부대의 위치는 중부지방을 기준으로 300㎞ 내에 4~5개, 400㎞ 내에 6~7개, 550㎞ 내에 9~10개 있으며 이번에 개발된 미사일로 90% 이상의 처리가 가능하다.

군 관계자는 또 “1t급 관통형 탄두(벙커버스터)를 장착할 경우 갱도에 숨어 있는 미사일 발사대나 강화 사일로에 들어 있는 무수단 미사일도 파괴할 수 있다”며 “나아가 요새화·지하화돼 있는 북한 지휘부의 깊은 갱도는 파괴하지 못해도 입구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더 멀리 있는 지휘부를 지하에 묶어 두는 능력이 확보된 것이다”고 말했다.

나아가 2017년 800㎞급 탄도탄이 개발되면 북한 최북단인 함경북도 끝까지 정밀 타격이 가능해진다. 북한 전역의 미사일 발사대는 숨을 곳이 없어진다는 의미다. 1개 대대에 발사대가 12개이므로 3~4개 대대를 배치하면 현재 대북 미사일 전력 열세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협정 개정 1년 남짓해 한국군이 신형 미사일을 개발해 발사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다. 이렇게 신속한 개발이 가능한 배경에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장기간 핵심 기술을 축적해 왔다는 점이 꼽힌다. 현재 실전 배치돼 있는 사정거리 300㎞ 현무-2 자체가 원래 500㎞급으로 개발됐지만 협정을 의식해 사거리를 축소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한 원로 ADD 연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ADD를 설립할 때부터 개발해야 할 핵심 무기 중 하나로 탄도탄을 꼽았다”며 “ADD는 백곰(180㎞급)·현무(260㎞급)·현무-2 등을 개발하면서 핵심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800㎞ 사거리의 탄도탄 미사일이 개발되면 한국도 ICBM의 문턱을 넘는다는 의미가 있다. 현무-2는 고도 100㎞, 500㎞ 개량형은 고도 150㎞까지 올라간다. 그런데 800㎞ 사거리 미사일은 300㎞까지 올라간다. ICBM의 고도인 1500㎞에는 못 미치지만 고고도 우주에 진입하는 동력을 얻는 것이다. 이렇게 높이까지 올라가게 되면 대기권 재진입이란 어려운 기술이 동원돼야 한다. ADD에 정통한 다른 관계자는 “ADD는 2000㎞급 탄도탄까지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 기술인 ▶고성능 로켓엔진 ▶단분리기술 ▶중급 수준의 재진입 관련 기술이다. 이 관계자는 “10여 분을 엄청난 출력으로 비행해야 하기 때문에 고효율 추진제와 고강도 추진제 케이스, 고강도 분사구 등이 필요한데 이를 확보해 놓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무기화하려면 GPS 정도로는 모자라고 ICBM이나 원자력 잠수함에 사용되는 HRG(Hemispherical Resonator Gyroscope) 같은 고정밀 핵심 유도기술이 필요한데 이 역시 개발 중이다. 영국에서 현무-1 개발 때 구매한 장비를 계속 개량하는 방식이다.

타격 정밀성도 함께 끌어올려야

다른 문제는 정밀성 강화다. 현재 300㎞ 사정거리인 현무-2는 탄착오차(CEP)가 30m일 만큼 정밀도가 높다. 그 정도라면 500㎏짜리 탄두 하나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대 한 개를 파괴하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사정거리가 500~800㎞로 늘면 오차도 커져 많은 미사일을 발사해야 한다. 그래서 사정거리 500㎞ 이상일 경우 통상 탄두미사일을 잘 사용하지 않고 핵탄두미사일을 사용한다. 광범위하게 파괴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핵탄두가 없어 800㎞ 사정거리에서 500㎏ 통상 탄두로 표적을 확실히 파괴할 수 있는 정밀도를 갖춰야 한다. ADD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상당 수준의 기술을 갖췄지만 만만치 않은 목표다.

북한 미사일의 진화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은 액체 연료 주입 미사일의 약점을 잘 알고 있어 맹렬히 고체 연료 로켓을 개발 중이다. 사정거리 150㎞급인 300㎜ 다연장 로켓, 160㎞급 KN-02 독자 개량형, 8000㎞급 KN-08 등이다.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탄두 중량 1t급 고체 연료 미사일이 배치된다면 킬체인의 대응방법도 차원을 달리해야 한다.

고체 연료 미사일은 발사대를 세워 발사하기까지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액체 연료에 비해 30분이나 짧아 우리가 식별→결심→대응 미사일 발사를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래서 공중에서 대기하면서 발견 즉시 타격해야 한다. 이런 개념의 무기가 공중발사형 초음속 순항미사일이다. 마하-3의 속도로 500㎞ 이상의 거리를 10분 내에 공격할 수 있다. 탄도탄은 비싸고 새로운 돌발 표적에 대응하는 데 어렵다. 그래서 고정된 표적이나 미사일 발사장을 주로 공격한다. 이런 약점을 북한이 역이용해 이동식 발사대로 드러나지 않은 발사장에서 돌발 사격하면 대응이 어렵다.

초음속 순항 미사일은 이런 약점을 보완한다. ADD는 잠수함·함정에서 발사하는 해상형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2018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성공하면 공중발사형도 개발해 한국형 전투기(KFX)의 주무기로 장착한다.

안성규 기자·김병기 객원기자 askm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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