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 쌍의 죄수에 기습당한 「덴마크」교도소의 선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뭐니 뭐니해도 자유란 무엇보다 좋은 것인가 보다. 며칠 전 「덴마크」의 한 형무소에서는 인도주의적 개혁을 위한 사법당국의 배려로 한쌍의 남녀 죄수가 단둘이서 하룻밤을 동침할 혜택을 입게됐다.
새벽녁 간수가 격리된 별실로 그들을 데리러가니까 그 복 많은 남녀죄수는 탈옥해 도망쳐버렸고 한장의 쪽지만이 남아 있었다. 『고맙고 염치없소. 그러나 자유가 더 좋은걸 어떡하오.』
인도주의가 선심 쓰다 뺨맞은 격이다.
하긴 그게 정말 인도주의였는지는 염치없이 줄행랑을 친 죄수 둘 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는지도 모른다.
『「로마」에 가면 「로마」사람처럼 하라.』서양속담도 이렇게 타이르고 있다. 그런데 정당이나 정객들에게 돈을 바친다는 게 보통인 것이 「이탈리아」의 풍토다. 최근 장삿속을 위해 「이탈리아」정계에 거금을 바쳤다는 게 탄로나 말썽을 빚고있는 「브리티쉬·피트롤리엄」과 「셸」석유회사 측을 동정하는 일부에선 그들을 이렇게도 두둔한다.
진상은 지금 조사중이니까 누구의 잘잘못이 있었는지 없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로마」 의 풍토라는 게 정말로 그렇다면야 「이탈리아」공산당이 선거에서 표를 자꾸 긁어모아 자칫하다간 올 여름쯤 정권에 한 다리를 걸치게 되는데 아니냐라는 음산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도 같아진다. 【런던=박중희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