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4일 콘텐트 산업과 관련해 “콘텐트의 생명은 창의성인데 이것이 낡은 규제의 틀에 갇혀 있어서는 발전하기가 어렵다”며 “창의성을 저해한다든가 산업진흥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들은 하루 속히 원수라고 생각하고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규제개혁을 강조하며 규제를 쳐부술 원수이자 암덩어리로 비유했는데, 이를 창의성과도 연결지은 것이다.
박 대통령은 경기도 일산의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제3차 문화융성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며 “제가 나랏일을 하는 데 최고의 가치는 우리 국민들이 각자 갖고 있는 잠재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정성을 기울이는 것”이라며 “비정상의 정상화나 일자리 창출, 복지문제 등을 관통하는 신념이 있다면 국민 역량이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장애물을 제거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상속자들’에 출연해 한류 스타로 떠오른 탤런트 이민호씨도 참석했다. 이씨는 “한국의 우수한 콘텐트가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고 열광하는 반면에 초상권이나 저작권 같은 권리보호가 아쉽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며 “이런 환경들이 조금 개선이 돼서 한류 열풍이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건의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우리 사회가 초상 재산권에 대해 생소하니까 몰라서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도 있고, 인기인이니까 사진 한 장 써도 되겠지,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이름이나 얼굴도 재산적 가치를 갖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우리 제도가 빨리빨리 뒷받침할 수 있는 개선을 해나가야 된다”고 동의했다.
이날 회의에선 대기업의 영화산업 수직계열화 문제가 또 다시 부각됐다.
박 대통령은 “영화 산업의 경우 작년에 동반성장 협약을 제정했지만 합의 사항을 어기거나 계열사 밀어주기 관행도 나타나고 있다”며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찾아내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방송의 경우도 KBS, EBS 등 공공 채널에서 모범을 보이면서 공정한 방송 콘텐트 유통 관행을 마련해야 하겠다”고도 했다.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사이의 불공정 관행에 대해선 “KBS 등 공영방송이 선도적으로 노력하면 이런 문화가 정착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방송사, 외주제작사, 연기자협회 등에서 함께 ‘외주제작 제도개선 협의체’를 구성해 동반성장 방안을 마련해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게임 셧다운제’와 관련해선 “한 쪽만 바라보고 규제를 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게임업체들에게 큰 손상을 입히는 사례가 나오지 않았냐”며 “종합적으로 검토해서 합리적 규제가 되도록 노력하고 게임업체에서도 게임으로 인한 부작용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같이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했다.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관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셧다운제를 포함한 게임업계의 규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