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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수지흑자 2천8백만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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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환사정의 애로가 현저하게 완화되고 있는 추세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런 추세가 외환수급적조의 본질적인 안정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아직도 단정을 내리기 어려운 시점이다. 때 이른 단정은 그 예측이 빗나갈 경우 오히려 더 큰 혼란을 초래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금의 외환수급 사정의 변화가 곧 외환관련 정책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금물임을 강조해야할 것 같다.
실적으로만 보면, 4월까지의 통계는 고무적이다. 무역수지라면 으레 만성적인 적자기조를 헤어나지 못한 지난날의 경험에서 볼 때 올들어 4월까지 2천1백30만「달러」의 흑자를 보인 점은 큰 성과라 아니할 수 없다. 비록 소폭의 흑자이기는 하나 실로 오랜만에 나타난 흑자이기 때문에 평가받을 만 하다는 것이다. 지난해의 1·4분기에는 특히 어려운 상황이기는 했으나 무역적자가·7억「달러」가 넘었던 것과 비교해서도 매우 현저한 변화다.
무역외수지에서도 상당한 개선이 이루어져 1·4분기 중 7백1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한다. 이부문의 흑자는 주로 관광·보험·용역 등 수인의 호전 때문이라 하지만 그보다는 지출규모의 억제에 더 크게 힘입은 것 같다.
우리의 경상수지가 이처럼 오랫동안의 적자기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우선 수출이 올 들어 눈에 띄게 늘어나기도 했지만 그간의 수입억제정책이 강력하게 지속된 결과이기도 하다. 수출의 호전은 해외 시장과 주로 관련된 것이지만 수입억제는 우리의 결단에 달려있다. 그나마 경상수지흑자 조차 가능했던 것은 그만큼 일관성 있게 수입수요를 늘려온 때문이기도 하다.
긴축정책의 일관성에 대해 애초에는 회의적인 견해도 없지 않았으나 적어도 1·4분기까지의 실적으로 보면 이런 회의는 기우인 것 같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일지도 모른다. 비록 그 강도가 대단한 것이었기는 해도 긴축정책을 채택한지 겨우 1· 4분기도 채 안되어 이미 여러 부문에서 반작용의 기미가 엿보이고있다.
더하여 긴축실행과정의 정책 부조화로 약간의 부작용 마저 빚어지고 있다. 우선 수출의 호조를 내세우고 확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해외수요가 늘어나는데 투자를 안 할 수 있느냐는 주장은 그 나름으로 일리를 가진 것이기는 하다. 또 수입 원자재가격도 상승추세에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과격한 수입억제는 원자재 확보에 차질을 초래할 것이라는 경고도 제기되었다.
뿐만 아니라 긴축에 따른 격심한 자금난은 결국 국내 경기회복 조차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의 경제국면에 대한 이런 다양한 견해들은 결국 올 은어서의 경제운영 실적을 어떻게 평가하느냐, 또 앞으로의 경기를 어떻게 전망하는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경기의 가장 큰 제약요인이 되는 외환부문에서 보면 아직도 구조적인 안정세에 접어든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수출신장이 전산업 부문으로 확산되지 않은채 섬유를 비롯한 특정산업에 치우쳐 있고 해외시장도 지역별로 균형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주요 수출국의 수입규제도 점차 다양화 또는 강화되고 있다. 수입억제의 효과도 아직은 정착되지 않은 실태에 있다. 물리적인 규제의 힘에 억눌려 있을 뿐 생산·소비구조상도 원천적인 수입수요가 불식된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태에서 규제를 섣불리 다시 완화한다면 폭발적인 반사수요까지 가세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현재의 외환수급저조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변경은 바람직하지 않다. 다만 생산·수출에 미치는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노력은 끊임없이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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