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아주 정책 변화의 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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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헨리·키신저」 미 국무장관의 「아프리카」 7개국 순방은 「앙골라」사태이후 확대 일로에 있는 소련의 영향력을 저지하면서 친 서방 「아프리카」국가의 결속을 꾀하려는 미국의 대 「아프리카」 정책변화의 전주로 주목되고 있다.
「키신저」 장관이 방문하기로 한 나라들은 모두 친미적이거나 적어도 공산세의 확대를 달갑지 않게 여기고 있는 나라들뿐이었다. 「키신저」 장관은 이들 국가에서 「아프리카」문제에 초강대국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사하라」이남의 흑인국가들에 대한 대량 경제원조 제의로 환심을 살 작정이었다. 「키신저」 장관은 24일 출발에 앞서 흑인 민족주의자를 지원하겠다고 공언하면서도 남 「아프리카」와 「로디지아」의 백인정권을 무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제재를 가하자는 원칙을 밝힌 것은 미국의 정책변화의 폭이 그리 넓지 못하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소련의 개입에 강력히 대처하자는 미국내의 보수파 및 현상고정을 바라는 「아프리카」에 있는 3백여 개의 미국 기업체와 흑인 민족주의자들의 독립열망을 지원해야 한다는 진보파 사이에서 미국정부가 취할 수 있는 행동 반경은 제한되지 않을 수 없다.
이점은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남「아프리카」·「로디지아」두 백인정권에 대한 흑인국가들의 강경한 입장과 소련의 깊숙한 침투를 두려워하는 이들 국가의 경계심 사이에서 정책대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은 『힘을 통한 평화』니 『「쿠바」봉쇄의 재고』니 하는 강경한 경고로 「아프리카」에서 소련과 「쿠바」가 더 이상 행동을 취하는 것을 견제하면서 「로디지아」와의 국경 봉쇄로 경제적 손해를 자초한 「모잠비크」와 「잼비아」에 단기 경제원조 협정을 고려하고있는 것이다.
「경고와 경제원조」라는 미국의 양면정책은 지난 6년간 「아프리카」에 대해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했던 미국으로서 상당한 정책변화다.
그러나 「키신저」 장관이 밝힌 대로 미국이 친 서구적인 흑인 민족주의자들만 지원한다면 미국의 「아프리카」정책이란 강대국간의 「데탕트」정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제한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강경한 「아프리카」 민족주의자들의 반미적인 태도를 누그러뜨리는데는 별 효과도 얻지 못할 듯 하며 결과적으로 「앙골라」사태이래 점점 실현되는 남부 「아프리카」의 대결사태에 어떤 단기적인 해결책을 마련하지는 못할 것이 확실하다. 「가나」와 「나이지리아」가 국내의 반미 여론에 굴복, 「키신저」의 방문을 거부한 것도 미국의 「선의」가 「아프리카」인들에게 어떻게 비쳤는지를 보여준 명백한 예다.

<김영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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